‘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核둘러싼 남-북-美 대응과정 묘사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核둘러싼 남-북-美 대응과정 묘사

박재범 기자 기자
입력 1999-09-20 00:00
수정 1999-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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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북한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까.한미 양국의 ‘견고한 공조체제’의실상은 어떤 것일까.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이익을 말할 때 사용하는 ‘사활적(vital)’이란 용어의 실체는 무엇일까.북한은 왜 그렇게 팀스피리트훈련(TS)에 민감할까.

지난 94년 봄 한반도에 닥쳐온,핵위기를 둘러싼 남북한과 미국의 움직임을그린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리언 시걸지음,구갑우 등 옮김)는 이런 질문에 직간접적으로 답을 제시한다.아울러 현재 김대중정부의 포용정책이 핵·미사일 위기의 해결과 한반도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것임을시사한다.

저자는 89년 뉴욕타임즈 논설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대북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국제문제전문가.현재 콜롬비아대 교수이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국무부특별보좌관 등을 지낸 바 있다.

책은 지난 93년 북한 핵사찰거부와 미국이 북한의 과거 핵을 중시한 배경,북한의 핵보유 여부를 둘러싼 갖가지 혼선,‘불바다’ 발언 이후의 한미 양국의 대처 등을 관계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생생하게 담았다.저자는 책에서미국의 대외정책이 탈냉전이후 ‘강압과 협상’의 두줄기를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특히 핵을 놓고 북미간 충돌위기가 최고도로 높아지자 비로소‘한국문제에 관한 고위정책그룹’이라는 전문기구를 설립하는 등 행정시스템의 난맥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북한이 보내는 갖가지 협상사인을 ‘악당(rogue)’이라는 이미지에얽매여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분석한다.또한 주한미군 등 군부가 상대적으로전쟁을 피하려 애썼으며 CIA는 잘못된 정보판단을 외부로 흘려 상황을 악화시킨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IAEA의 핵사찰 요구와 북한의 핵사찰 거부,TS재개에 따른 북한의 NPT탈퇴와미국의 제재검토 등 5∼6년에 걸친 복잡한 상황에서 정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각 행위주체들이 기울인 노력을 단칼에 평가내리기는 어렵다.그러나전체적으로 미의회와 대통령,국무부,국방부,CIA 등이 일관성을 잃거나, 언론의 오보를 양산시킨 흔적이 짙다고 밝힌다.

명시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미국의 정책수립과정도 엿볼수 있게 한다.이와함께 한반도정책이 예산의 제한속에서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다른 지역의 사안과 연계돼 움직이고 있음을 실례로 드러낸다.또한 이른바 한반도전문가들의선입견이 한반도에 어떤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가 알려주며 한국의 강성기조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뤘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비평적인 시각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간 점이 눈에 띈다.또 한국당사자의 견해를 소홀히 한 점도 다소 있다.그럼에도 이 책은 지금껏 나온 관련서적으로는 상황을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사회평론 펴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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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기자 jaebum@
1999-09-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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