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중산·서민층 정당의 출현을 고대하며

[대한포럼] 중산·서민층 정당의 출현을 고대하며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9-08-11 00:00
수정 1999-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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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일 국민회의의 재창당과 관련해서 신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그러기 위해서는당은 건전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이념적 정체성과 일관된 정책의 틀을 갖추도록 창당준비위에 특별히당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은 매우 적절한 때에 매우 적절한 구상을 내놓았다고 판단된다.다만 새 당이 과연 대통령의 주문대로 이념적 정체성이 선명한서민정당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없지 않다.

새 정부와 국민회의는 집권 후 몇 가지의 기초적 장벽과 싸워야 하는 짐이있었다.첫째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일이었다.무리한 부채경영에 의존했던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대량실업과 감봉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중산층의 한 축이 무너지고 서민층에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가 됐다.

때문에 IMF 관리체제가 전 정권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많은 서민 지지층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부는 IMF 체제를 잘 극복해가고 있는 것 같다.이 점은 세계가 공히 인정하고 있다.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IMF 체제 극복 효과가 중산·서민층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반면에 부유층은 초기 고금리 시절과 증권시장 활성화를 통해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다.이는 상대적으로 중·서민층에 심대한 박탈감과 피해의식을 심어 주고 있다.

다른 하나는 자민련과의 공동정부라는 짐이다.자민련은 잘 알려져 있듯이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다.국민회의가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구성했다는것은 정책실현에 숙명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중 정권은 국민대화합을 위해 영남권의 유신세력과도 화해를 시도하고있다.하지만 아직은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지 않다.반유신세력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며 유신세력은 어리둥절해 있다.

중산층 퇴락현상의 주인(主因)은 그것이 비록 IMF 체제 때문이었다고 해도사회안정이나 국가 장래를 위해 매우 위험한 신호다.사회복지체제가 정비돼있지 않은 사회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게 되면 그것은 바로 사회불안으로 이어진다.더구나 우리사회는 기득권층의 도덕성을 인정치 않는다.

따라서 중산·서민층을 대변하고 정책적으로 보호할 정치세력의 필요성이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다.김대통령은 일찍이 대중경제론을 주창했고 그의 개혁성향으로 보나 정치역정으로 보아서도 그가 이끄는 정당이 중산·서민층을 대표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망국적 병폐로 지목되고 있는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길도 종국엔 이념 중심의 정책정당의 출현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것 같지 않다.아직은 지역주의의 위세가 너무나 크지만 그래도 그 길밖에는 없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주문하고 있는 정당이 우리 앞에 나타나려면 많은 난제(難題)들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대통령이 당의 중심세력이 돼야 할 것으로 지적한 건전 보수세력과 개혁 세력을 구별하는 일도 적잖이 어려울 것이다.어디까지가 ‘건전’이고 어디서부터 ‘불건전’인지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국정당화를 추구하다 보면 지역에 따라서는 옥석(玉石)이 뒤섞이게 되는경우도 있을 것이다.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끼어들어 당의 정체성을 흐려놓을 소지 또한 없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당이 중산층 보호에 앞장서고 서민 구제를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현실정치에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국민적 지지를 받는 중산층 정당,서민정당이 되려면 내세우는 이념을 현실적으로 정책화하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임춘웅/논설위원limcw@
1999-08-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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