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休校로 맞는 스승의 날

[대한포럼]休校로 맞는 스승의 날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9-05-12 00:00
수정 1999-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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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이 학교문을 닫기로 했다는 소식은 착잡하게 들린다.서울시내 529개 초등학교가 오는 15일 제18회 ‘스승의 날’을 가정체험학습일로 정하고 휴교한다고 서울초등학교교장회가 10일 발표했다.촌지와 선물로 야기되는 잡음을 없애고 스승의 날이 가진 참뜻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결정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5월을 ‘촌지없는 달’로 정했던 지난해 스승의 날 서울 강남지역 87개 유치원이 일제히 문을 닫은 바 있다.일부 초·중·고교에서도 스승의날 하루 휴업을 검토했으나 교육청이 불가 방침을 내렸다.그런데 올해는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가 교육청의 허가가 필요한 휴업 대신 교장 자율로 결정이 가능한 가정체험 학습일로 정해 스승의 날 학교 문을 닫는 것이다.법적으로 하자 없는 결정이긴 하지만 예삿일이 아니다.

오죽 했으면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이 정해진 이후 처음 이같은 일을 하기로 했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떠오른다.보람을 느끼고 즐거워야 할 날이 죄인취급을 받고 인간적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날로 바뀐 탓에 스승의 날에오히려 학생과 학부모들을 피하고 싶었을 듯싶다.우리 교육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답답하다.선생님들이 느끼는 참담함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 교육에는 희망이 없다.

참담함뿐만 아니라 분노도 이 결정 속에는 포함돼 있는 듯싶다.스승의 날휴교 결정이 알려진 11일 아침 신문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주도한 교육부장관 퇴진 서명운동 결과가 함께 보도됐다.서명운동에 참여한 교원은 전국 초·중등 교원의 65% 가량인 22만4,000여명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교총이 발행하는 한국 교육신문 신년호 사설은 당시 교사들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절망의 한가운데 있음을 자각한다.교육의 핵심주체인 교원의 근무의욕과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교원의 자존심과 권위를 짓밟고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새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련의 정책들’이란 교육개혁 정책들을 말한다.촌지·체벌금지에서 싹트기 시작한 교사들의 불만은 교원 정년단축과 성과급제·수습교사제도입 등 경쟁논리 도입 논의에 이르러 폭발할 지경에 도달했다.스승의 날 휴교 결정은 이런 배경과 맥락이 맞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참담함과 분노를 당국은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교육개혁이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내모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고 획기적인 교원 사기진작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마침 교육부는 ‘교원의 전문성,권익 및 후생·복지 향상 대책’을 마련해 1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초·중·고 교원에게 안식년제를 도입하고 담임교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대폭올리고 업무량이 많은 교원에 대한 경제적 보상 방안도 검토하며 총리 지침으로 돼 있는 ‘교원 예우에 관한 지침’을 대통령령으로 격상한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적자 예산이 집행되는 가운데 교육부로서는 파격적인 처우 개선책을 마련한 셈이지만 교사들의 불만을 크게 달랠 수는 없을 듯싶다.교단 위기를 불러온 근원적 문제에 대한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들 스스로도 참담함과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교육개혁 과정에서 부작용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교육개혁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교사와 학생과학부모 사이에 왜 불신의 골이 깊어졌는지,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스승의모습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며 개혁의 주체로 거듭나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회적 공감을 계속 얻기는 어렵다.

스승의 날을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선생님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한꺼번에 학교문을 닫기로 한 결정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또 교육적이지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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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제에 스승의 날을 학부모 단체가 제안한 대로 2월 학기말로 옮기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여론 수렴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임영숙 논설위원ysi@
1999-05-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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