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오풍연/제명당한 ‘소신파’ 의원

[오늘의 눈]오풍연/제명당한 ‘소신파’ 의원

오풍연 기자 기자
입력 1999-05-05 00:00
수정 1999-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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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으로 불린다.개인이면서도 법률안을 발의하고,심의·표결의 전과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의회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의원 각자에게 부여된 ‘권한’과 ‘기능’도 ‘당론’이라는 거대한 복병(伏兵)을 만나면 번번이 무릎을 꿇고 만다.정치적 소신 또한 ‘당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여도 그렇고,야도 그렇다.‘소신파’는 거의 매번 이단자(異端者)로 취급당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이수인(李壽仁·전국구)의원의 제명처분 사태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이의원은 지난주 당론을 어기고 노사정위법안을 다룬 국회 환경노동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3일 당기위원회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았다.노사문제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정치적으로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제명이라는 중형(重刑)을 선고받은 것이다.

여기에 이의원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秋毫)도 없다.당인이 ‘당론’을 어겼을 경우 비난받는 것은 마땅하다.또 그에 따른 책임을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다중(多衆)의 힘을 내세워 소수인 당사자의 말은 도외시 한 채 일방적으로 매도(罵倒)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를 비롯한 대다수 동료의원들은 차마 ‘공인’으로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말들을 무수히 쏟아냈다.심지어 어제까지한솥밥을 먹던 식구를 ‘탕아(蕩兒)’,‘잡조(雜鳥)’라는 극단적인 언사로몰아붙였다.당을 팔아넘기려 한 불충이라도 저지른 듯한 공격이었다.

이의원은 정치권의 흉물스런 행태에 염증을 느낀 듯 직접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작전을 폈다.한나라당이 취한 ‘제명’이라는 징계조치를 ‘영광의 훈장’으로 받아들였다.그러면서 “당원 자격보다는 국회의원의 자격이 앞서고,당과 국회의원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이 앞선다”고 강조했다.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설파하면서 정치권 모두에게 고언(苦言)을 던진 셈이다.

비록 당의 뜻에 어긋나는 ‘소신’을 편 의원이라도 너그럽게 포용하는 정치권의 유연성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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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이영남 서울시의원,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식 참석

poongynn@
1999-05-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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