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책읽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를 위하여

[굄돌]책읽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를 위하여

김기태 기자 기자
입력 1999-03-11 00:00
수정 1999-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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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을 만한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읽을 만한 책’이라면 사람마다 나름대로 기준이 있을 텐데 그것을 남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 대개는 ‘잘 나가는 책’이 무엇이냐는 뜻이란다.이른바 베스트셀러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는 뜻인데,매주 신문마다 집계현황이 발표되니까그걸 참조하라고 하면 그것마저도 가지수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른다고 대답한다.

어려서부터 올바른 독서교육이 이루어졌더라면 이런 우문우답(愚問愚答)은필요없을 것이다.서점에 가서 스스로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포기한 채 시류를 좇아 따라 읽기에 바쁜 우리 실정이 결국엔 출판의 무분별한 상업화를 촉진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되기도 한다.

또한 베스트셀러는 곧 ‘좋은 책’이라는 등식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대중적 취향보다는 전문분야의 지식을 전수하고 집대성하기 위해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어렵사리 책을 펴내는 훌륭한 저자와 출판사들이 결국엔 실망하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는지 걱정스럽기도 하다.하지만 어떤 책이라도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것이 낫다.나쁜 책인가 아니면 좋은 책인가 판단하는 일은 독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며,법적 규제나전문가의 판단에 좌우될 문제는 아닐 듯 싶다.우리에겐 출판의 자유가 있듯이 읽는 자유 또한 주어져 있다.그러므로 어떤 책을 읽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왜 책을 읽지 않느냐 하는 문제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체계적인독서교육이 시급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과거엔 별로 문화적이지 않았던 게르만 민족이,사무라이가 지배했던 일본민족이 오늘날 경제부국이자 출판대국으로 우뚝 선 이면에는 정부 차원의 치밀한 독서교육과 이를 밑받침할 튼튼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책 읽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이것이야말로 21세기에 걸맞는 우리의 표어가 되어야 한다.

김기태 한국출판학회 사무국장

1999-03-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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