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529호 난입의 사실과 진실/김유배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기고-529호 난입의 사실과 진실/김유배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김유배 기자 기자
입력 1999-01-05 00:00
수정 1999-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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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에 시련이 이어지고,격변에 격변이 중첩됐던 격동의 20세기 마지막 한해를 맞는다.21세기의 새로운 비전을 찾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는 새해가 하나의 고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1년동안 IMF위기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여 왔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10년 전으로 후퇴하였으며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여 풍비박산이 되었다.새로 생겨난 100만명의 실업자와 노숙자가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모두가 합심하여 많은 갈등과 오해를 제거하고 화해를 도모하며 다시한번 세계가 부러워하는 재도약의 길을 트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다행히 외환위기는 수습되었으며 거시적 경제지표는 호전될 전망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많다.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실물경제를 복원해야 하고정부,금융,기업,노동시장 구조개혁도 완성해야 하는데 ‘정치’만은 예외인것 같다.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의한 정치적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여야 정쟁은 지속되었고 경제의발목을 잡는 존재로 정치가 치부되는 실정에 이르고있다.여전히 여야는 갈등과 폭로로 일관하는 저질정치에서 답보하고 있고,정권교체에 따른 문제점을 정리하는 데도 아직 미숙함이 남아 있다.

모두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새해 벽두부터정치권의 메카인 여의도는 ‘안기부의 국회 정치사찰’이라는 문제로 벌집을 들쑤셔 놓은 듯한 상태다.그러나 이 문제는 매우 양면적이고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짚고 책임 소재를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우선,안기부 사찰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안기부 사무실’의 문을 물리적으로 부수고 들어가 문건을 확보한 야당의 행동은 누가 무어라 해도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이며 의회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현재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수사대상에 오른 의원들의 사무실을비리정보 입수를 위해 합법적 절차없이 수색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입장일까? 한편,‘안기부 사찰’의 의혹은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적어도과거 정권때 설치되었던 사무실에 13명의 안기부 요원이 상주했던 것을 2명으로 줄이고 안기부 자체도 대대적인 내부 구조개혁으로 대변신을 꾀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과거와 다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야당이 ‘안기부 사찰’의 의혹을 주장하기 위해선 과거 그들이 집권했을당시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행해왔던 정치사찰,정치개입,인권유린 등에 대한 자기 반성이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현 정부는 스스로 정치사찰 금지를 선언하여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있다.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야당의 정략적 행동이 있다해도 ‘정치사찰’논란과 같은 군사정권의 어두운 유산에 대해서만큼은 보다 투명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으로 정국이 다시 경색되어 경제청문회 개최와 각종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화합차원에서 여야를 포용하되,여야를 막론하고 시대적 상황에 역행한 부분은 단호히 대처하여야 한다.특히 21세기 ‘선진한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정치개혁,민생문제 해결에 있어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의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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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정치권에 당부하건대 자칫 정치가 힘들게 이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경제의 뒷다리를 잡아 고통의 기간을 늘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1999-0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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