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아듀 1998

외언내언-아듀 1998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8-12-31 00:00
수정 199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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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고단한 한해였다.더 직설적으로 “징그러운 한해였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또 한해가 저문다”거나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라 는 말이 1998년 세밑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싶다.‘격동의 한해’라는 표현 마저 상투적으로 들릴만큼 지난 한해는 여느 해와 달랐다.

6·25동란이후 최대의 국난(國難)으로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의 경제난속에서 우리는 무인년(戊寅年)을 고통의 질곡(桎梏)에 갇혀 보냈 다.모든 것이 무너지고 부서지고 사라지는 듯한 상실감을 체험했다.

기업의 도산(倒産)행렬이 이어지고 2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 고 가정이 해체되고 노숙자가 늘어나고 결식아동이 13만명에 이르는 궁핍의 상황을 깜깜한 터널을 지나듯 더듬거리며 헤맸다.그런 상황은 모라토리엄(대 외채무지불유예),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다운사이징(조직축소),아웃소싱(외 부하청),빅딜(대규모 사업교환)등 올해 유행한 경제용어들이 그렇듯 생뚱맞 은 것이었다.

그뿐인가.북풍(北風)·세풍(稅風)·총풍(銃風)으로 불린음습한 바람들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가슴을 더욱 짓눌렀다.엘니뇨의 영향으로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대의 폭우가 쏟아져 16만명의 이재민과 2조원의 재산손실을 유발한 자연재해까지 덮쳤다.

그러나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은 한해이기도 했다.장롱속에 묻혀있던 돌반지 ,결혼반지,기념메달등이 한푼의 달러라도 끌어 오겠다는 의지를 담고 수집창 구에 몰려든 금모으기 운동은 우리 국민의 뜨거운 애국심과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맨발로 연못에 빠진 공을 쳐내 며 명승부를 연출한 박세리선수 역시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우리는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웠다.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은 한 기업가의 도 전정신과 거센 맞바람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유지된 당국의 대북(對北) 햇 볕정책이 금강산관광 성사로 이어지면서 통일의 징검다리가 놓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희망은 우리 사회가 총체적 개혁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 다.뼈를 깎는 고통을 동반한 개혁이지만 다시는 황당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지 않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작업이 정치를 제외한 각 부분에서 이루어지 고 있다.헌정 50년 사상 처음인 여야간의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새 정부가 출 범한 것은 그 개혁작업을 위한 국민의 선택이었다.내일의 태양은 더욱 빛나 리라는 믿음으로 새해를 기다린다.



**끝** (대 한 매 일 구 독 신 청 721-5544)
1998-12-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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