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비와 가로등/李度運 정치팀 기자(오늘의 눈)

별비와 가로등/李度運 정치팀 기자(오늘의 눈)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8-11-19 00:00
수정 1998-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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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벽 별비(유성우·流星雨)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포기했던 이들은 아직도 별을 사랑하는 이웃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음직하다.

이날 새벽 아파트 옥상으로,뒷동산으로,동네 공원으로 동쪽 하늘의 사자자리를 찾기 위해 나온 사람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별보다 많았다.

한강 시민공원에도 새벽 1시쯤부터 별비를 보려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마침 이날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의 어머니,행복한 장래를 약속하는 연인,평생에 처음 맞는 장관(壯觀)을 기다리는 노인,호기심에 기꺼이 새벽잠을 반납한 어린 학생들의 기원과 탄성이 고수부지에 넘쳐났다.

그러나 이날따라 고수부지의 가로등은 왜 그렇게 밝았을까. 맑게 개인 밤하늘인데도 가로등과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아파트 불빛 때문에 별비가 쏟아진 동쪽 하늘은 부옇게 흐려보였다.

새벽 3시10분. 서울시청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가로등이 너무 밝아 유성우가 잘 보이지 않으니 잠시 꺼줄 수 없을까요” 당직 근무자도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긴한데…,하지만 불을 끄면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것 같은데요. 치안문제 때문에…그리고 이곳저곳 다 협의를 거쳐야 하고…” 그는 더 알아보고 혹시 가능하다면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 정도만 해도 몇년전의 서울시와 비교하면 꽤 성의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결국 고수부지의 가로등은 아침 6시를 넘어 동이 틀때까지도 빈틈없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서울시측이 생각하는 득과 실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평소라면 별똥별 잔치보다 고수부지에 나온 시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서울시로서는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환한 나트륨 불빛을 가리며 하늘을 바라보던 새벽 내내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수부지에서 별을 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꺼진 가로등에 놀라고,나중에 그것이 별똥별을 선명하게 보여주려는 서울시의 알뜰한 배려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시민들은 그 ‘고급행정’의 감칠맛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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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우주쇼는 30년만에 온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서울시는 30년만에 찾아온 변신의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1998-11-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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