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에 묵살된 민주화 공로/장준하 선생 금관문화훈장 추서 무산

관례에 묵살된 민주화 공로/장준하 선생 금관문화훈장 추서 무산

임태순 기자 기자
입력 1998-10-29 00:00
수정 1998-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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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잡지공로자엔 ‘은관’이 최고훈장”/가족들 거부… 상훈행정 난맥상 드러내

사상계 발행인 고 장준하씨에 대한 금관문화훈장 추서가 무산됐다.

정부는 지난 27일 국무회의를 열고 장씨의 훈장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훈격을 둘러싼 유가족의 반발로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장씨 유족들이 은관문화훈장은 고인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거부했기 때문.정부는 그러나 고인에 대한 훈장 추서는 잡지에 기여한 공로에 국한된 것인 데다 잡지 공로자에 대한 최고훈장은 은관이라는 점을 들어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관행과 관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에 따라 오는 31일 잡지의 날로 예정된 장씨에 대한 훈장수여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정부측은 훈장상신의 효력은 유효한 것이라며 여운을 남기고 있지만 가족들이 은관문화훈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씨에 대한 훈장추서는 이번이 두번째.지난 91년 광복절에는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광복군에 투신,항일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공적이 평가된 것이다.

그러나 자유당정권을 거쳐 3공화국까지 사상계를 통해 민주발전에 기여한 그의 공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상계는 50년대 초반부터 70년까지 지성인의 사랑을 받던 대표적인 잡지. 53년 4월 창간돼 70년 5월 당시 김지하의 ‘오적’을 게재한 것과 관련,폐간되기까지 모두 205권을 냈다.50년대 후반에는 정치 및 현실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을 가해 4·19의 정신적 배경이 됐으며 5·16 이후와 3공화국때는 군정연장 및 한·일수교에 반대한 것은 물론 언론탄압에 맞서 민주사상 고양에 앞장서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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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잡지계 및 장씨와 행동을 함께 했던 민주인사들은 정부가 형식논리에 치우쳐 은관훈장을 고집하는 것은 인색한 처사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한편 이번 훈장추서 무산은 96년에 있었던 소설가 황순원씨의 은관문화훈장 거부와 이효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의 국민훈장 석류장 거부와 더불어 상훈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任泰淳 기자 stslim@seoul.co.kr>
1998-10-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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