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뭐길래”/어린이 정신질환자 는다

“IMF가 뭐길래”/어린이 정신질환자 는다

김성수 기자 기자
입력 1998-09-14 00:00
수정 1998-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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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실직·생활고 겪으면 불안·짜증/부부싸움 보며 복통·스트레스 호소/학원 못다니게 되자 등교까지 거부/“따뜻한 가족애로 불안감 덜어줘야”

IMF 사태 이후 부모의 실직과 생활고로 신경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항상 초조·불안해하면서 짜증을 자주 내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며 심하면 조울증 증세까지 보인다. 쉽게 체하고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같은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 환자는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간의 잦은 대화를 통해 불안감을 덜어주어야 하며 강박관념을 풀어줄 만한 여가활동을 마련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초등학교 3학년 A양(9)은 집에서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 40평짜리 아파트에서 12평짜리로 이사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작은 집에 산다는 게 부끄러워 친구들에게는 습관적으로 “큰집에 산다”고 거짓말을 한다. 등교를 거부하는 증세까지 보여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학년생 B군(8)도 아버지가 부도를 내고 잠적한 이후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어머니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학교에 가기를 싫어해 치료를 받고 있다.

상계백병원 全成一 박사는 “아이들에게 상황을 사실 그대로 설명하고 부모의 잘못은 없으며 재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에도 부모의 실직과 생활고로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어린이 환자가 크게 늘었다. 어려워진 가정형편 때문에 유치원이나 피아노 학원 등에 가지 못하게 되자 의기소침해진 어린이들이 특히 많다.

한양대 소아정신과 의사 安東賢씨는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짜증을 자주 내거나 폭력적·자포자기적인 행동을 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아이들에게 소원을 물으면 상당수는 “아버지가 직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돈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洪聖道씨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싸움을 자주 하면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朴모군(6)은 최근 들어 밥만 먹으면 체한다. 아버지가 직장 문제로 어머니와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시내 소아과병원마다 朴군처럼 신경성 위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이 하루 1∼2명 가량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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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9-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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