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아들/서해성 소설가(굄돌)

제국의 아들/서해성 소설가(굄돌)

서해성 기자 기자
입력 1998-08-11 00:00
수정 1998-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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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모국어에 기대어 입먹고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동안 지식사회를 달구었던 영어공용화 논쟁은 적잖이 입맛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모국어라고 여겨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이 겨레붙이가 쓰고 있는 글과 말로 이름짜를 얻은,이름하여 소설가에서 비롯된 입씨름이라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거칠게 말해 몇해 전부터 거듭되어온 그의 주장이라는 것은,우리는 힘이 없는 족속이므로 실재하는 거대한 제국의 언어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거다. 하나 거듭 생각해 보건만 아무래도 그의 사고 자체가 지나치게 큰 것,위대한 무엇,세계를 지배하는 불가해할 정도로 거대한 어떤 힘에 대한 열망,그리고 그에 따른 열등의식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제국의 아들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잘라 말하지만 근대 이래로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사고나 행동의 위험성은 아무리 경고하더라도 결코 지나치지가 않다. 위대한 서양문물이 저지르고 있는 거대한 야만의 대부분이 여기서 말미암았음을 알았으면 한다. 나치스나 일제가 증거하고있듯,힘과 실리가 있다고 해서 악을 따를 수는 없음을 새삼 입초시에 올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보다는 도리어 작은 것,소집단,풀한 포기,손톱 밑의 때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말하고 싶다. 그런 뜻에서 어찌보면 한국어마저도 너무 큰말이 아닐까. 획일적으로 표준어의 울타리에 가두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사투리를 한국인이 ‘공용화’한다면 산술적으로 봐 우리말이 당장 여덟 배나 풍부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 소설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틀림없이 살아남아야 하지만 제국의 우산 아래서도 아니며,제국의 말과 글로 생각하고 일하고,더구나 저들의 말로 ‘가시내야’그대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정말이지 추호도 없다.

1998-08-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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