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질서­법질서­경제질서/安錫敎 한양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윤리질서­법질서­경제질서/安錫敎 한양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안석교 기자 기자
입력 1998-08-10 00:00
수정 1998-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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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페레스트로이카의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진 아발킨 교수는 한때 다음과 같은 체념적 고백을 한 적이 있다.“서구식 시장경제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길어야 3년이면 가능하다.그러나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고착된 국민의 의식을 경쟁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데는 적어도 한 세대가 필요할 것이다.”

러시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범죄와 무질서,경제위기는 아발킨 교수의 주장이 불행스럽게도 사실의 정곡을 찌른 것임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의식 개혁 내지는 윤리질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새로운 제도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세계의 여러나라에서 목격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혹한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개혁의 당위성이나 방향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문제는 그러나 이러한 개혁만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시장질서가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제에 상응하는 의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의 경제위기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의해 유발된 것이다. 기업들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금융에 전가하고 금융의 부실경영이 정부,즉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되는 악순환을 반복해 온 것이다.문제는 이같은 도덕적 해이 현상이 기업과 금융부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사회에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대량실업 상황에서도 3D업종이나 저임업종의 경우에는 인력부족 현상이 여전하다. 노동시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이정표로 삼고있는 미국의 경우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기본 동인은 두가지다.노동시장의 유연성 및 노동인력의 이동성이 그것이다. 설령 노동시장의 유연성이‘제도’개혁을 통해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시장의 이동성을 뒷받침할 수있는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노동)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수 없는 것이다.

이 비슷한 예는 도처에서 발견된다.가령 우루과이 협상이 타결되고 난 이후 정부는 농어촌 구조개선을 위해 42조원,농특세를 통해 15조원이라는 대규모의 재정지원을 농업부문에 투입하였다.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지원액 중 적지않은 금액이 목적외 부문으로 불법전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업부문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도덕적 해이현상을 극소화하는 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으나,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도개혁이란 무엇인가.그것은 달리 말하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개체의 행위준칙,즉 규준(Rule)을 합리적으로 재정립하자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룰을 준수하려는 수용의지가 전제되지 않는 경우 시장의 경쟁질서가 정립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아프리카·남미·아시아 지역의 여러나라에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부단한 시행착오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주된 원인도 시장경제를 수용할 수 있는 의식 내지는 문화적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시장경제의 철학적토대를 정립한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시장이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윤리질서와 법질서 그리고 경제질서가 동시적으로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윤리질서와 법질서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1998-08-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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