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숙씨 연작소설 ‘서울대 시지푸스’/일류병 허상깨기

민혜숙씨 연작소설 ‘서울대 시지푸스’/일류병 허상깨기

입력 1998-08-06 00:00
수정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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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교육계 현실 중산층의 헛된 욕망 날카롭게 해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산56­1번지. 그곳에 가면 국립 서울대학교가 있다. 누구나 한번쯤 입학하기를 꿈꾸는 학문의 전당이라는 빛과,그럴듯하게 폼잡고 살고 싶은 세속적 욕망을 보장해준다는 그림자가 함께 있는 곳.

민혜숙씨의 연작소설 ‘서울대 시지푸스’(문학과 지성사 펴냄)는 그 ‘잘났다’는 곳과 연루된 사회의 허상에 메스를 대고 있다. ‘긴급구조신호’ 등 10편의 예리한 날로 일류만을 지향하는 광적인 사회병을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씩 까발리고 있다.

작품은 주로 중산층의 살아가는 모습속에서 드러나는 일류병을 꼬집고 있다. 아파트 평수,자동차 크기,자식들 좋은 대학보내기 등의 키재기로 대변되는 계층의 허위의식으로 나타난다.

허위의식의 주요 무대는 교육계이다. 중산층에 비친 교육계의 현실. 이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 삶을 안고 있다. 작가는 이런 의도를 위해 교사를 주요 화자로 배치했다. ‘긴급구조신호’에서는 철학과 문학에 빠져 치부(致富)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못한 독어교사,문제 여고생과 그 친구가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을 들려주는 ‘얘들아,강변 살자!’의 상담교사,‘효자 재수생’에서는 대학에 진학한 뒤 방문한 제자와의 대화를 통해 ‘신림대 입학숫자’에 희생된 사연을 듣고 있는 교사등이 나온다.

이들의 시선이 들춰내는 세계는 병든 교육의 모습이다. 그 속에는 모자라는 과외비를 대려고 파출부도 마다 않는 엄마,백점 받으려 커닝했다는 어느 우등생의 당당한 강변 등이 들어있다. 나아가 ‘한번 서울대면 영원한 서울대’가 통하는 사회풍속도 등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민혜숙의 연작소설은 교육실태 백과전서라 해도 무방하다. 작가는 타락해가는 세태에 중산층 특유의 언어를 탁월하게 빚어내는 감각이나 독자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탁월한 심리묘사로 소설의 옷을 입혔다.

서로 다른 이야기의 껍질을 벗긴뒤 마지막으로 남은 양파의 얼굴은 일그러진 사회의 ‘일류병’이다. ‘서울대’라는 신전을 향해 끝없이 ‘일류의 허상’이라는 바위를 굴리는 시지푸스는 결국 우리 시대의자화상이다. 그것은 ‘서울대’일수도 있고 신분 상승을 꿈꾸는 중산층의 세속적 욕망일 수도 있다. 뭉뚱거리면 물질적 잣대에 기우는 자본주의의 한 징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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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지푸스’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봄직한 낯익은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예사롭게 읽히지 않는다. 일상을 보는 재미 뒤에 날카로운 비수가 보인다. 그곳엔 위로만 쳐다보는 현대판 ‘시지푸스’에게 아래도 내려보라는 권유가 담겨있다.<李鍾壽 기자 vielee@seoul.co.kr>
1998-08-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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