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역사위에 ‘제2건국’을/李昌淳 특집기획팀장(데스크 시각)

정직한 역사위에 ‘제2건국’을/李昌淳 특집기획팀장(데스크 시각)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8-08-01 00:00
수정 1998-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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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건국’이라는 말이 절실히 마음에 와닿는 오늘이다. 건국 50주년을 맞은 지금 왜 제2건국이란 말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로 들리는가. 지난 반세기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오늘의 현실이 불만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가장 큰 현실적 불만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러한 경제난의 원인은 경제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중에서도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와 비리 등이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부패 공화국’이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부패와 비리는 널리 퍼져 있다. 어제 신문 1면에도 경성그룹에 대한 특혜대출과 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의 거액 밀반출 사건이 크게 보도됐다. 정당한 경쟁보다는 정치인·관료들과의 유착을 통한 특혜를 얻어 사업을 하려는 잘못된 기업경영 풍토가 일반화돼 왔다.

경제발전이 필요했던 우리 사회에서는 물질적 풍요가 최고의 가치처럼 여겨졌다. 물질적 풍요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 속에 부패와 사회적부조리가 묻히며 정의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이 사회문제화돼 왔다.

○친일파 청산 역사적 과제

가치관의 혼란은 광복 후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못한 부끄러운 역사로부터 시작됐다. 광복 후 친일파 청산은 너무나 당연한 역사적 수순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승만 정권과 결탁한 친일파는 반공을 앞세우며 오히려 집권세력의 핵심이 됐다.

그들은 친일파 청산작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친일파 처단을 위한 반민족행위처벌특별위원회(반민특위)가 1948년 발족했으나 친일파의 방해로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49년 해체됐다. 반민특위 활동으로 기소된 친일파는 겨우 221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중 1명 사형,1명 무기,10명 유기징역형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1950년까지 풀려났으며 유일하게 사형을 선고받은 김덕기도 한국전쟁 직전에 석방됐다. 2차대전중 독일에 협력했던 프랑스 비시정권의 퓌시 내무장관등 주요 인사들이 처형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한 것은 ‘정의의 역사’가 현실에서 패배한 민족의 비극이다. 그 비극은 독재권력에 의해 현대사가 왜곡되며 계속돼 왔다. 그러한 민족의 비극을 단절시키기 위해 이제 일그러진 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 첫 출발은 광복 직후 실패했던 친일파 청산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친일파를 청산하자는 것은 개인을 단죄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다.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리려 하는 것도 아니다. 친일파 청산의 실패로 나타난 가치관의 혼란을 바로잡고 정의가 살아 있는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로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만이 건강하고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정당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힘을 길러야 세계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부패구조 아래 특혜를 받고 불공정 경쟁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잘못된 관행으로는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이 IMF사태로 증명되고 있다.

정의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는 역사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제2건국도 물질적 풍요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던 지난 반세기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직한 역사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 정직한 역사는 민족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
1998-08-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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