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주의 드라마/李世基 社賓 논설위원(外言內言)

남성주의 드라마/李世基 社賓 논설위원(外言內言)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05-11 00:00
수정 1998-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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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에서의 남성중심·여성비하의 표현은 거의가 고정 틀로 정해져 있다.남성은 가부장적 권위를 갖추고 여성위에 군림하는 한편 여성은 참고 복종하면서 생활속의 갈등을 혼자서 극복해 나간다.이런 여성들의 통상적인 이미지는 언제나 다소곳한채 남편과 자식, 부모와 형제를 위해 헌신봉사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더구나 최근 몇개월사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인한 복고풍(復古風) 드라마에서는 가족주의 회귀가 두드러진다.단지 그것은 가족간의 스토리가 아닌,보수적인 남성중심주의로 퇴행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시청자는 남성지배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이를 부정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벌을 받게 되거나 결국 불행만을 초래하게 될 뿐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에 물들어버린다.

한국방송개발원이 방송3사 드라마들의 등장인물을 분석한 결과 ‘남성중심주의에 도전하는 여성에겐 불행이 찾아오고’‘순종·인내형에겐 보상이 주어지며’‘여성의 관심거리는 신변 위주인데 비해 남성은 진지하게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표현된다는 지적이다.예를 들어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이혼한 여성이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싶어하지만 딸이 심한 우울증에 걸리는 바람에 불행해진다는 것이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하게 아들을 키워낸 여성은 아들의 성공으로 보상을 받는다는 식이다.아버지나 남편의 의무는 배제된채 어머니의 책임만을 강조한 예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대장부는 활개를 치고 천하를 경영할 것이요,아녀자처럼 집안에 칩복(蟄伏)하여 일생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 남녀에 대한 정의다.그러나 ‘권리’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인간으로 정당하게 인정하고 대우하는 것이 마땅하다.사는동안 각자에겐 여러 역할이 주어진다.남성이 순진한 양이 될 수 있고 여성이 독한 매가 될 수도 있다.여성이 영웅일 수 있는 것처럼 남성이 강변의 민들레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여성희생과 남성군림의 방법을 끈질기게 드라마에 사용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드라마는 시대의 반영이라는 차원에서 좀더 앞을 내다보는 신선한 시각이 아쉽다.

1998-05-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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