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祭夏 가수/李世基 社賓 논설위원(외언내언)

李祭夏 가수/李世基 社賓 논설위원(외언내언)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04-08 00:00
수정 1998-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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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들판으로 바람이 가네,아하/ 빈하늘로 별이 지네/ 빈가슴으로 우는사람 거기서서/ 소리없이 나를 부르네’로 시작되는 ‘빈들판’은 李祭夏가 시를 쓰고 곡을 붙인 노래다.87년 그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에서도 그는 영화주제가를 불렀다.노래·작곡·연주솜씨가 일찍이 문단에 회자(膾炙)되어 10년전에는 그가 직접 녹음한 테이프 ‘나그네 노래집’을 가까운 이들끼리 나누어 갖기도 했다.

그는 시뿐만 아니라 소설·동화·영화평론에 손대면서 지난해엔 회갑(回甲)기념문집인 ‘뻐꾹아씨,뻐꾹귀신’이라는 자작 그림소설집을 냈다.실제로그의 그림솜씨는 수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환상적 리얼리즘’이란 평을 들었고 현재 중견화가로도 활동중이다.그런 그가 이번엔 CD음반을 낸다는 것이다.음반제작에 앞서 며칠전 명륜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그는 그 옛날의 ‘청솔그늘에 앉아’ 등 자신의 시에다 직접 곡을 붙이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불러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

물론 문단에 노래 잘부르는 사람은 얼마든지있다.곡목을 많이 알고 3절까지 부르는 실력으로는 소설가 김승옥을 따를 사람이 없다.연전에 타계한 시인 박재삼은 주로 일본의 엔카를 잘 부른다.수첩에다 가사를 꼼꼼히 써가지고 다니다가 술한잔 걸치면 양복 안주머니에서 수첩부터 꺼낸다.그러나 문단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4인’은 이제하를 포함하여 시인 김지하,소설가 송영,평론가 정현기가 손꼽힌다.다방면의 재주꾼들이지만 어느 하나도 허술하지 않은 전문가 수준이다.

평소 이제하의 음성은 갑자기 괴성이 튀어나오거나 나른한 데가 있어서 그가 노래를 잘 부르리라곤 상상하기 힘들다.그러나 소설가 김채원에 따르면 그의 노래는 ‘사람 마음에 정서(情緖)의 비’를 뿌려준다.이른바 노래란 미성(美聲)이나 입술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연륜이 메아리치는 감동임을 실감시킨다.그의 노래는 곡과 가사를 알고 부르는 시인의 노래이자 화가의 노래이고 인간의 노래이다.어쨌든 나이 60에 콘서트를 열고 음반을 제작한다는 것은 ‘인생은 60부터’라는 시작과 출발의 의미라서 더욱 값져 보인다.

1998-04-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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