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영어과외를 받았다.지금같으면 큰일날 일이지만 당시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거리낄것 없이 태연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한 학년에 두학급뿐인 작은 시골학교에 부임한 선생님은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특별 보충수업을 실시했다.칠판에 글씨를 쓰시는 선생님 뒤에서 탱자를 던지며 장난치기 좋아하던 아이들 사이에서 담임의 특별지도는 무심히 받아들여졌다.영화 ‘서편제’가 시작되는 소릿재 주막으로 가는 길 옆에 있던 중학교의 울타리는 탱자나무였고 가을이면 그 울타리에 노란 탱자가 주렁주렁 열렸다.
선생님은 물론 과외비를 받지 않았다.부모님이 사 보낸 양과(洋菓)도,집안 채마밭 한 귀퉁이에 자란 들꽃 다발 선물도 불편하게 여기셨다.
법조계 비리(非理) 수사과정에서 ‘대쪽 판사’ 2명이 화제가 됐다 한다.15명의 판사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의정부 지원에서 2명의 판사가금품과 향응 유혹으로부터 초연해서 뇌물을 건네려던 변호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30여년전의 시골학교 선생님만큼이나 순수한 마음을 가진판사들이 아닌가 싶다.우리 사회가 온통 썩어 문드러진 것 같지만 사실 구석구석 이런 이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돈봉투와 선물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거절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무안하게 하는 일이고 자칫하면 더 많은 액수를 원해 거절했다는 엉뚱한 비난을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더욱이 금품과 향응 접대가 관행화(慣行化)된 사회에서는 그것을 거절하는 것이 튀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그래서 거절하지 못한 촌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비교육적인 돈을 교육적으로’ 쓰는 교사도 있다.
교사와 판사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지표(指標)다.그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존경과 신뢰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돈봉투나 향응을 거절하기 쉽도록 구체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실제로 촌지수거함을 마련해 성공한 학교도 있다.
최근 광주의 한 소비자 단체가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아직도 촌지수수(授受)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이런 상황에서 존경받는 스승이나 대쪽 판사가 계속 나오기는 어렵다.받지 않았다고 찬사를 보내기보다 그들에 대한 유혹을 먼저 없애주는 것이 바른 순서가 아닐까.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한 학년에 두학급뿐인 작은 시골학교에 부임한 선생님은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특별 보충수업을 실시했다.칠판에 글씨를 쓰시는 선생님 뒤에서 탱자를 던지며 장난치기 좋아하던 아이들 사이에서 담임의 특별지도는 무심히 받아들여졌다.영화 ‘서편제’가 시작되는 소릿재 주막으로 가는 길 옆에 있던 중학교의 울타리는 탱자나무였고 가을이면 그 울타리에 노란 탱자가 주렁주렁 열렸다.
선생님은 물론 과외비를 받지 않았다.부모님이 사 보낸 양과(洋菓)도,집안 채마밭 한 귀퉁이에 자란 들꽃 다발 선물도 불편하게 여기셨다.
법조계 비리(非理) 수사과정에서 ‘대쪽 판사’ 2명이 화제가 됐다 한다.15명의 판사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의정부 지원에서 2명의 판사가금품과 향응 유혹으로부터 초연해서 뇌물을 건네려던 변호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30여년전의 시골학교 선생님만큼이나 순수한 마음을 가진판사들이 아닌가 싶다.우리 사회가 온통 썩어 문드러진 것 같지만 사실 구석구석 이런 이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돈봉투와 선물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거절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무안하게 하는 일이고 자칫하면 더 많은 액수를 원해 거절했다는 엉뚱한 비난을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더욱이 금품과 향응 접대가 관행화(慣行化)된 사회에서는 그것을 거절하는 것이 튀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그래서 거절하지 못한 촌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비교육적인 돈을 교육적으로’ 쓰는 교사도 있다.
교사와 판사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지표(指標)다.그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존경과 신뢰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돈봉투나 향응을 거절하기 쉽도록 구체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실제로 촌지수거함을 마련해 성공한 학교도 있다.
최근 광주의 한 소비자 단체가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아직도 촌지수수(授受)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이런 상황에서 존경받는 스승이나 대쪽 판사가 계속 나오기는 어렵다.받지 않았다고 찬사를 보내기보다 그들에 대한 유혹을 먼저 없애주는 것이 바른 순서가 아닐까.
1998-03-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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