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음주문화(경제위기 극복/우리 모두 나서자:4)

변하는 음주문화(경제위기 극복/우리 모두 나서자:4)

박준석 기자 기자
입력 1997-11-27 00:00
수정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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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만드레’… 2·3차 폭음 자제를/회식 대폭 줄이고 조촐한 망년히 준비/세계6위 위스키 소비국 오명도 청산/흥청망청 호화술판·폭탄주 악습 버려야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망년회라뇨.이번 송년모임은 집으로 직장동료들을 초청해 간단하게 치를 생각입니다”

회사원 박모씨(27·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이제 ‘망년회’를 ‘송년모임’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망년회란 단어에서는 흥청망청 마시고 노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씨 뿐만이 아니다.어려운 경제사정을 반영하듯 연말연시를 앞둔 요즘 직장인들의 음주문화는 달라지고 있다.

2·3차 술자리는 가급적 피한다.‘잔돌리기’ ‘폭탄주’ 등도 사라지고 있다.간단한 저녁식사로 술자리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K은행 압구정지점은 이웃 식당에서 조촐한 망년회를 가질 계획이다.직원 김진철씨(28)는 “지난해 망년회 때는 직원 20여명이 1차로 일식집,2차로 단란주점에 갔었는데 낭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1차에서 끝내고술의 양도 개인당 소주 반병으로 하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K그룹 사업부는 올 연말에는 어떠한 술자리도 갖지 않기로 했다.불황이 장기화되자 매주 한 차례씩 갖던 부회식을 지난 7월부터는 한달에 한 번꼴로 줄였다.

예전 요맘 때쯤이면 호텔이나 대형음식점은 연말행사 예약으로 한창 붐볐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서울 S호텔의 경우 송년행사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유명 I,L,P호텔의 예약건수도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었고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음주문화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2년전 한국에 온 호주인 레베카 비숍씨(26·여)는 “젊은이들이 술집을 전전하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이 마시는 것뿐 아니라 지나치게 호화판이라는 것도 문제이다.요즘도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는 한 병에 2백60만원이나 하는 ‘루이 13세’를 거침없이 시켜 마시는 사람도 있다는 전문이다.한 잔에 11만원꼴인 셈이다.

우리나라는세계 6대 위스키 소비국 가운데 하나이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대의 스카치 위스키 제조업체인 영국의 유나이티드 디스틸러스사가 생산하는 15년산 프리미엄 위스키 ‘딤플’ 물량 가운데 70.3%가 소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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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기 운동협의회 신현암 전문위원(60)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자랑인 시대는 지났다”면서 “경제위기를 맞아 나부터 절약한다는 생각으로 지나친 음주는 가급적 자제하는 시민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준석 기자>
1997-11-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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