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동 윤락촌의 종말/김경운 사회부 기자(현장)

신길동 윤락촌의 종말/김경운 사회부 기자(현장)

김경운 기자 기자
입력 1997-10-30 00:00
수정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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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들 거친 항의… 도덕불감증만 확인

29일 상오 9시 이른바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261번지 일대 윤락업소 45곳에 대한 당국의 강제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이들 업소는 지난달 30일 검찰이 청소년 보호를 위해 내린 자진 철거명령을 어기고 불법 영업을 계속해왔다.골목에서 70m 밖에는 초·중·고등학교가 있어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120명의 경찰 병력을 선두로 영등포구청 철거반원 51명이 해머 등을 들고 폭 2m 남짓한 윤락촌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철문을 뜯어낸 뒤 벽면과 이층 구조물을 부수고 집기 등을 들어냈다.윤락여성들이 생활해 온 흔적으로 보이는 취사도구와 구두 옷가지 등이 집 밖으로 들려나왔다.

45개 업소가 영업을 했지만 261번지는 건축법상으로는 한 개의 가옥이라는 것이 구청직원의 설명이다.골목길을 따라 10곳의 대문이 있고 문을 열면 마당이 서로 이어져 또 다른 골목이 만들어졌다.

한 철거반원은 “벌집이 따로 없구만”이라고 말했다.4∼5평 정도의 각방 입구에는 ‘태양’ ‘정현’ ‘은마차’ 등 제각각의 상호가 내걸려 있었다.합판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벽은 망치질에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윤락녀들은 몸을 피한듯 보이지 않았다.

업주들로 여겨지는 20여명이 철거반원의 팔을 붙잡고 거칠게 항의했다.

일부는 “내 돈내고 장사했는데 뭐가 잘못됐냐”고 따졌다.지난 30여년간 터무니없이 오르기도 했지만 방 한개에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냈고 월세만으로도 3백만∼4백만원을 주고 장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한 청년은 철거에 항의,LP가스통의 밸브를 열면서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하는 소동을 부리기도 했다.

영등포구청 양권용 주택과장은 “공공연하게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조직적으로 영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퇴폐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997-10-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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