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김인철 기자 환경부 생태조사단과 인제군 대암산 ‘용늪’가다

본사 김인철 기자 환경부 생태조사단과 인제군 대암산 ‘용늪’가다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1997-09-13 00:00
수정 199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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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식물 112종 서식… 습지식물의 보고/해발 1,200m·넓이 7천여㎡… 보호습지1호 등록/끈끈이주걱·물매화·금강초롱·민물조개 등 확인

환경부가 지정한 특정식물인 끈끈이주걱과 비로용담 물매화 솔체꽃 동의나물….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인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은 습지식물의 보고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95년 환경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용늪에는 습지식물 22종을 비롯,112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 생태조사단이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대암산(1304m)을 찾은 지난 10일 정상 아래 1천2백여m 고지에 펼쳐진 7천490㎡의 용늪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오늘처럼 연중 1백70여일동안 안개가 끼면서 물기가 땅에 스며들고 이로 인한 수압으로 바위가 갈라지면서 천연습지가 생성됐습니다.또 강산성의 물때문에 제대로 썩지 못한 식물 등이 4천1백여년의 장구한 세월에 걸쳐 겹겹이 쌓이면서 습지 지하에 적갈색 퇴적물인 이탄층이 최고 1백80㎝ 두께로 형성돼 있습니다”

조사단과 동행한 충북대 과학교육과강상준 교수의 설명이다.

늪 중앙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전형적인 습지식물인 물매화가 곳곳에서 5장의 단아한 흰색 꽂잎을 자랑하며 조사단을 반겼다.

지난 7월 람사협약(습지보전국제협약)에 가입하면서 보호습지 1호로 등록한 대암산 용늪에는 희귀식물인 대암사초 산사초 가는오이풀 등 습원식물이 흙과 뒤엉켜 생성된 사초기둥이 밭이랑처럼 펼쳐져 있었다.바닥에는 발목이 빠질 만큼 물기를 머금은 스폰지형 물이끼가 촘촘히 깔려 있었다.

늪 한복판에 이르러 늪을 뒤덮고 있는 사초더미를 손으로 가르자 환경부 지정 특정식물인 끈끈이주걱과 북통발이 얼굴을 내밀었다.이들은 빈영양상태의 습지에 살면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로 용늪이 가치를 높여주는 대표적인 희귀식물이다.

이어 또다른 사초더미를 헤치자 이번에는 치마모양의 잎새를 한 처녀치마와 연자주색의 꽂망울을 머금은 비로용담(환경부 지정 희귀식물)이 뒤질새라 모습을 드러냈고 환경부지정 특정식물인 동의나물과 솔체꽂을 비롯,가는 오이풀,자주 가는 오이풀,감자개발나물 등 전형적인 습지식물이 주변 곳곳에서 확인됐다.

용늪 가장자리및 늪 중앙 일부지역에서는 고원식물로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금강초롱을 비롯해 투구꽃 지리강할 칼잎용담 등 다양한 식물이 눈에 띄었다.

“귀중한 고산식물인 칼잎용담 금강초롱 등을 포함,철쭉나무 등이 늪의 일부지역에서 심심치않게 발견되는 것은 늪이 육지화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용늪은 본래 큰 용늪과 작은 용늪 두개로 나눠져 있었다.하지만 큰 용늪보다 40m 위쪽에 있었던 작은 용늪은 도로건설로 인한 토사유입으로 이미 잡목이 우거진 숲으로 바뀌어 버렸다.

강교수는 “67년에 처음으로 발견된 대암산 용늪은 77년 관할 군부대에서 늪 중앙에 길이 90m,폭 50m 크기의 스케이트장을 건설하면서 훼손되기 시작해 최근 토사 등의 유입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용늪의 건조화및 건지성 식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나무판자로 벽을 만들어 지표수 및 지하수의 유출을 차단,건조한 곳에 물이 닿도록 하는 한편 이탄층이 노출된 일부지역에는 풀을 베어 덮어줘 습지식물의 포자 및 토양의 유출을 막고 온도의 변화를 적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생태조사에서는 도롱뇽과 민물조개 2종,거머리 지렁이 등 몇몇 수서동물이 첫 채집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68년 대학원 재학 시절 용늪을 첫 대면한 이후 30여년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용늪을 찾았다는 강교수는 “그동안 용늪에 서식하는 수서동믈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1997-09-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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