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담배와 전쟁’의 교훈/최홍운 논설위원(서울논단)

중국 ‘담배와 전쟁’의 교훈/최홍운 논설위원(서울논단)

최홍운 기자 기자
입력 1997-08-27 00:00
수정 1997-08-2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4일 중국 북경에서 개막된 제10차 세계 담배·보건총회의 주제는 ‘담배,끝없이 만연하고 있는 전염병’이다.세계 최대 담배 생산국이며 11억 세계 흡연인구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번 총회를 유치해 거국적인 금연운동에 나선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미국 담배 생산량의 3배인 연간 1조7천억 개비를 생산해 국가 조세수입의 10% 정도를 얻고 담배수출로 연간 6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중국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중국은 지난 93년의 경우 담배판매로 인한 수입이 49억달러인데 비해 흡연관련 질병 등으로 인한 손실액은 78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히며 금연운동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

○흡연 손익계산서 작성

중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데는 자국내 판매감소를 개도국에서 만회하려는 선진국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뜻도 담겨있다.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한 미국의 경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연방정부 모든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울수 없게 한데 이어 주정부들도 잇따라 담배판매를규제하고 나서 담배업자들이 곤경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최근 미시시피주에 이어 플로리다주가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주정부가 막대한 의료비를 부담하게 되자 그 폐해를 조목조목 밝히고 담배회사들을 굴복시켜 각각 36억달러와 1백20억달러를 합의금으로 받아냈다.담배회사들은 지난 6월에는 흡연에 따른 피해보상과 금연운동 지원 등의 명목으로 향후 25년 동안 3천6백85억달러를 37개 주정부에 내놓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담배회사들의 굴복은 결국 흡연이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이렇게 되자 미 연방정부는 이율배반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나라에 담배수입에 따른 관세인하를 촉구하고 민간의 금연운동마저 못하게 간섭하고 나섰다.업자들은 공식·비공식 루트를 가리지 않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그런 가운데 미국 담배회사들이 세계 담배수출량의 4분의 1이 넘는 2천8백억개비를 해마다 스페인,캐나다,중국 등 많은 나라에 밀수출하고 있다는 25일자 뉴욕 타임스지 보도는 충격적이다.

○여성건강에 더 해롭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번 북경 총회에서도 지적되고 있지만 특히 여성건강에 심각한 해를 입힌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아시아 담배통제상담소장이자 세계보건기구(WHO)관계자인 주디드 매케이 교수는 “흡연은 여성에게 남성과 마찬가지 위험을 유발할뿐 아니라 폐경,생식력 상실 및 경부암 발생 위험을 포함한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히고 전세계적으로 이미 50만명의 여성이 담배로 숨지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1백만명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이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호주연구팀도 흡연여성의 유산율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이렇게 ‘담배비상’이 걸려있는데도 우리는 아직 너무 한가하다.물론 금연지역이 늘어나고 금연인구 또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그러나 중·고교생의 흡연율이 해마다 늘고 특히 여학생들의 흡연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서일교수팀이 최근 전국 남녀 중·고교생 4천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학생들의 흡연인구가 중·고교 할 것 없이 지난 91년에 비해 3배씩 늘어 각각 3.9%와 8.1%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한가한 우리 현실

문제는 이들이 담배를 대부분 가게(64.1%)에서 구입하고 있고 많은 학생들(76%)이 금연을 원하지만 체계적인 금연프로그램이 없다는 사실이다.지난 7월부터 발효된 청소년보호법은 분명 청소년에게 담배를 못팔게 규정하고 있으나 흡연 청소년들은 모두 담배가게에서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처음 며칠동안 지켜지는 것 같더니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여학생과 함께 남고생의 35.3%와 남중생의 3.9%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제도적인 청소년 금연교육도 도입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담배,특히 어린 나이의 흡연이 얼마나 더 건강을 해치는 것인지를 똑바로 가르쳐 줘야할 것 같다.청소년 흡연은 국가장래를 어둡게 하기에 더욱 그렇다.흡연의 손익계산서를 따져 국가시책으로 밀고 나가는 중국을 배우자.
1997-08-27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