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의 난해함은 절박한 구원의 외침”/상투적인 감상·자기연민 절제/격렬한 자기부정 거쳐 「나」 발견
〈내 가슴속엔 어떤 비규정성의 경사가 있어/그건 지독히 강력하게 자기 원칙을 주장하지/날이면 날마다 자기 논리 안에서 강화되기만 하는/어느날 뒤돌아보니 이미 늦은 거야/돌아갈 길이 지워졌어…〉(「모래사면」).중견 여성시인 김정란씨(45·상지대 교수)가 신작 시집 「그 여자,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세계사)를 냈다.「다시 시작하는 나비」「매혹,혹은 겹침」에 이어 세번째.그의 시의 고유상표가 되다시피한 「난해함」은 이번 시집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그는 왜 「딱딱한 고기」같은 시들을 쓰는 것일까.
『제 시가 전통정서와 가깝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읽히지 않을수 있습니다.하지만 저에게 있어 형이상학은 관념의 사치가 아니라 절박한 구원의 전략이에요.고통스런 영혼의 해방을 위한 강렬한 내적 자아의 표백,그것을 시라고 부를수 있겠지요』 「영적 가상공간」을 오가는 김씨의 시는 다분히 초현실주의적이다.그러나 그의 시는 상투적인 감상의 과잉이나 달콤한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민들레 홀씨처럼 가녀린 모습이지만 그는 적어도 모가지만 길고 관만 향기로운 「사슴 시인」은 아니다.그가 시로써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것 혹은 세상을 읽는 방법은 더없이 방정하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나를 보듬지 않는다/나는 기꺼이 나를 버린다〉(「내면의 천사」)라고 말하는 시인은 내친 김에 〈당당하라,너를 죽여라,그리고 너 자신이 되라〉(「침묵,바닷가에서 주운 칼날」)는 신탁에까지 나아간다.첫 시집 「다시 시작하는 나비」에서의 격렬한 자아부정의 정신은 두번째 시집 「매혹,혹은 겹침」에서의 숙성을 거쳐 「그 여자,…」에서 극점에 이른다.그의 시편들에는 영혼의 연단을 통해 자아의 완성에 이르려는 시인의 견인주의적 세계관이 짙게 배어 있다.
『어쩌면 시는 「병든 언술」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인지도 모릅니다.병든 말들을 사랑하고 「언어의 옹이」를 풀어주는 것이 시인의 몫이구요.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쓸쓸한 영혼에 따뜻한 거처를 마련해주고 싶어요』 김씨가 시적 지성의 도구로 삼는 것은 영성주의.이번 시집은 가톨릭 성인이면서도 당대에는 이단으로 몰렸던 13세기의 영성신비가 성 요한의 영혼성숙의 길을 그대로 답습한다.주변과의 상상적인 결별상태에서 신에 대한 감각적 확신에 이르고,좌절과 자기희생의 국면을 거쳐 결국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전과정을 시화한다.
자신의 시정신의 핵심은 영적 유물론이라고 말하는 김씨는 『20세기에는 영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학적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을 보았을때 「영혼의 오라비」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작품에 대한 평단의 반응도 무척 좋았지요.제가 길어 올리는 영혼의 언어도 언젠가는 정당한 평가를 받을 날이 있겠지요』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이브 본느프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불문학자이기도 한 그는 올안으로 「프랑스 현대시인 연구」(세계사)란 학술서도 펴낼 계획이다.<김종면 기자>
〈내 가슴속엔 어떤 비규정성의 경사가 있어/그건 지독히 강력하게 자기 원칙을 주장하지/날이면 날마다 자기 논리 안에서 강화되기만 하는/어느날 뒤돌아보니 이미 늦은 거야/돌아갈 길이 지워졌어…〉(「모래사면」).중견 여성시인 김정란씨(45·상지대 교수)가 신작 시집 「그 여자,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세계사)를 냈다.「다시 시작하는 나비」「매혹,혹은 겹침」에 이어 세번째.그의 시의 고유상표가 되다시피한 「난해함」은 이번 시집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그는 왜 「딱딱한 고기」같은 시들을 쓰는 것일까.
『제 시가 전통정서와 가깝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읽히지 않을수 있습니다.하지만 저에게 있어 형이상학은 관념의 사치가 아니라 절박한 구원의 전략이에요.고통스런 영혼의 해방을 위한 강렬한 내적 자아의 표백,그것을 시라고 부를수 있겠지요』 「영적 가상공간」을 오가는 김씨의 시는 다분히 초현실주의적이다.그러나 그의 시는 상투적인 감상의 과잉이나 달콤한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민들레 홀씨처럼 가녀린 모습이지만 그는 적어도 모가지만 길고 관만 향기로운 「사슴 시인」은 아니다.그가 시로써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것 혹은 세상을 읽는 방법은 더없이 방정하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나를 보듬지 않는다/나는 기꺼이 나를 버린다〉(「내면의 천사」)라고 말하는 시인은 내친 김에 〈당당하라,너를 죽여라,그리고 너 자신이 되라〉(「침묵,바닷가에서 주운 칼날」)는 신탁에까지 나아간다.첫 시집 「다시 시작하는 나비」에서의 격렬한 자아부정의 정신은 두번째 시집 「매혹,혹은 겹침」에서의 숙성을 거쳐 「그 여자,…」에서 극점에 이른다.그의 시편들에는 영혼의 연단을 통해 자아의 완성에 이르려는 시인의 견인주의적 세계관이 짙게 배어 있다.
『어쩌면 시는 「병든 언술」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인지도 모릅니다.병든 말들을 사랑하고 「언어의 옹이」를 풀어주는 것이 시인의 몫이구요.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쓸쓸한 영혼에 따뜻한 거처를 마련해주고 싶어요』 김씨가 시적 지성의 도구로 삼는 것은 영성주의.이번 시집은 가톨릭 성인이면서도 당대에는 이단으로 몰렸던 13세기의 영성신비가 성 요한의 영혼성숙의 길을 그대로 답습한다.주변과의 상상적인 결별상태에서 신에 대한 감각적 확신에 이르고,좌절과 자기희생의 국면을 거쳐 결국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전과정을 시화한다.
자신의 시정신의 핵심은 영적 유물론이라고 말하는 김씨는 『20세기에는 영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학적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을 보았을때 「영혼의 오라비」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작품에 대한 평단의 반응도 무척 좋았지요.제가 길어 올리는 영혼의 언어도 언젠가는 정당한 평가를 받을 날이 있겠지요』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이브 본느프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불문학자이기도 한 그는 올안으로 「프랑스 현대시인 연구」(세계사)란 학술서도 펴낼 계획이다.<김종면 기자>
1997-06-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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