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중세철학의 백미 아퀴나스 명저/신학대전 번역본 본격 출간

서양 중세철학의 백미 아퀴나스 명저/신학대전 번역본 본격 출간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6-09 00:00
수정 1997-06-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의채 신부 14년만에 30권중 4권째 내놔/신의 존재와 본질·인간의 덕목 등 두루 다뤄

서양의 중세사상을 완성한 인물로 꼽히는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년)의 「신학대전」.전30권을 목표로 번역에 착수한 이 방대한 저술이 4권째 간행되었다.그의 이름과 「신학대전」은 우리 종교계와 학계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을 대한 사람들은 흔치 않다.원전이 라틴어라는 언어문제와 독특한 내용 때문에 쉽사리 소개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저술의 번역은 원로 철학자이자 가톨릭의 사제인 정의채 신부(72)손에 이루어졌다.가톨릭대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강대 석좌교수로 봉직중인 그가 「신학대전」 번역에 손을 댄 것은 지난 1983년.두 해 뒤인 1985년 9월 제1권을 내놓고 나서 이번에 제4권을 출간하기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제5권은 현재 담당 출판사인 바오로딸이 인쇄에 들어갔다.그리고 제6권은 우리말로 절반쯤 옮겨놓았다.

「신학대전」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1272부터 2년에 걸쳐쓴 대표적 저술로 원전은 3부로 되어있다.제1부에서는 신의 존재와본질·창조·천사·인간을 다루었다.제2부는 1,2편으로 나누어 인간의 목적과 행위·죄와 법을 골자로 한 도덕의 근본문제와 더불어 신앙과 사랑·정의와 용기·절제 따위의 덕에 관한 문제를 말했다.제3부는 그리스도론을 비롯한 신학문제를 들추어 냈다.

그러니까 신학 뿐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과 목적을 밝혀주면서 인간의 실재를 다룬 「신학대전」은 고전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이 저술에 담긴 사상은 오늘날 유럽문화의 원천이 되었거니와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 평가받는다.더구나 「신학대전」속에는 당시 유럽과 접촉한 그리스­로마와 아랍사상까지도 융화되었다.그의 사상에 세계성을 부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번역본 제4권은 원전 제2부 1편에 해당한다.믿음을 비롯,희망·사랑·지혜와 정의의 덕,불의 등 8항목이 들어있다.각 항목의 테마에 반론과 본문을 제시하고,반론에 응답을 주는 형식으로 꾸몄다.믿음을 다룬 항목 한 절에서는 「홀로 또는 오직이라는 배타사가 하느님안에서 적합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그러나대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니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아리스토텔레스의 궤변론에 따르면 홀로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같이 있지 않는 사람이다.그런데 하느님은 천사들과 거룩한 영혼들과 함께 하는 터라,홀로라 할 수 없다」.이 대목에서 보는 것처럼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되풀이만 한 것은 아니다.그리스도교 철학을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흔적이 「신학대전」곳곳에 나타났다.「신학대전」번역과 완간을 필생의 과제로 삼은 정의채신부는 『서구사상이 여러 손을 거쳐 전수되어서는 학문을 제대로 연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래서 원전에 충실하면서 이번 제4권은 라틴어와 우리말 대역본으로 내놓았다.중세철학연구로 유명한 로마 우르바노대와 그레고리안대 대학원에서 철학을 연구한 그는 우르바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황규호 기자>
1997-06-09 1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