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책임정치/김규환 국제부 기자(오늘의 눈)

대만의 책임정치/김규환 국제부 기자(오늘의 눈)

김규환 기자 기자
입력 1997-05-14 00:00
수정 199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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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대만 정가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우리는 한보비리 사건으로,대만은 여학생 살해사건으로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으면서 두나라 정정이 모두 혼란에 빠진 것이다.

련전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12일 올 하반기중 개헌이 끝나면 행정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련 행정원장의 이같은 퇴진 발언은 시민들이 사회질서 악화에 따른 책임을 물어 사임을 촉구한데 따른 것.대만의 시민들의 불만이 촉발된 직접적 계기는 최근 인기 여가수 백빙빙의 외동딸인 여고생 효연양이 참혹하게 살해된 사건.지난달 14일 범죄조직에 의해 납치된 효연양은 보름만에 성폭행당한 처참한 시체로 대북 인근 하수구에서 발견됐다.시민들은 즉각 치안부재를 성토하며 련 행정원장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만은 우리와 여러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많다.자의든 타의든 나라가 분단됐으며 경제적으로 아시아에서 선진국에 가장 접근했다는 점이 우선 그렇다.대만이 총통의 권한 강화를 위해 개헌을 논의할 정도로 당리당략에 얽매이는 점도 예전의 우리와 비슷하다.

특히 의회 안에서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에 벌이는 격렬한 몸싸움마저 닮았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일어난 적이 없는,동료 여자의원에 대한 폭행도 서슴지 않는 대만의 의회안 「폭력」은 오히려 우리보다 「한수 앞섰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유사점에도 불구,련전 행정원장의 사임 발표는 대형사건의 수습방안에 있어 우리와 대만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지난 7일 사회범죄 증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던 련 행정원장은 이등휘 총통이 개헌과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사임에)우선돼야 한다며 사표를 반려하자 사건이 해결되면 사임할 것을 재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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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 정치인들은 어떤가.한보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며 자신의 이름이 연일 대서특필돼도 부인과 책임 회피,발뺌에만 급급할 뿐 누구 한사람 책임지려는 정치인이 없다.우리도 하루빨리 『내 책임이오』하는 멋있는 정치인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1997-05-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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