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자유로의 긴 여로/통일에 보탬되게 하는건 우리 몫(사설)

황장엽­자유로의 긴 여로/통일에 보탬되게 하는건 우리 몫(사설)

입력 1997-04-21 00:00
수정 1997-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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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노동당국제담당비서가 20일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실로 멀고도 긴 여로였다.우리는 무엇보다 황씨가 바라던대로 한국에 건강한 모습으로 오게된데 안도하고 그를 진심으로 환영해마지 않는다.

우리는 국제적 관례에 따라 순리대로 일을 처리해준 중국과 한달여 동안이나 그의 신변을 지켜주고 서울까지 안전하게 안내해준 필리핀정부에도 감사한다.또한 우리정부 당국의 이번 일처리 솜씨도 돋보였음을 아울러 평가하지 않을수 없다.이번 사건이 매우 미묘하고 복잡했음에도 당국은 끝까지 신중하고 면밀하게 대처했다.

황씨의 망명이후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예우문제로 논란이 있었다.「망명」인가,「귀순」인가에서 부터 「전범」인가,「영웅」인가에 이르기까지 논의가 다양하다.그러나 우리는 이번 일의 성격상 굳이 어의에 구애될 이유가 없다고 본다.더구나 그를 「전범」운운 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그가 오늘의 북한에 희망을 잃어 한국에 온 이상 「전범」여부를 따지는 것은 비약이다.

그는 『북조선은 사회주의와 현대판 봉건주의,군국주의가 뒤섞인 기형체제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그가 사상적으로 사회주의를 버렸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북한사회를 부정하고 있는 것만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는 도착성명에서 『남쪽 형제들과 손을 잡고 전쟁을 막고 우리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그가 가진 정보와 그의 식견이 한반도의 평화와 조국의 통일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만이 황씨와 우리모두에게 주어진 과제 일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우선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그동안 중국과 미국도 이 부분과 관련해 여러가지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주변국들의 이해나 관심 이전에 황씨의 망명이 남북간 새로운 긴장요인이 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북한은 이번 일이 발생한 연후에도 4자회담 문제,대북 경수로지원 사업 등에서 예상보다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다행한 일이다.

국내적으로는 벌써부터 「정치적 이용」문제로 신경들을 곤두세우고 있다.정부당국은 문제의「황장엽 리스트」가 없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밝혀 왔음에도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거듭 거론하고 있다.우리는 그것 자체가 정치적 이용이라고 생각한다.황씨의 도착에 즈음한 정치권의 반응 또한 복잡하다.황씨의 망명사건에 정치권이 제각기 다른 코멘트를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황장엽씨가 가지고온 정보의 공유문제를 두고 그동안 미국이 공개적으로 언급 한바 있고 일본도 의사표시를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의 정보가치 때문에 관련국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앞서도 본란을 통해 지적했듯이,그렇다고 해서 미국측이 주장하듯 황씨의 조사 과정에 미국당국자가 입회하는 식은 곤란하다.주권침해가 아닐수 없다.

문제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차제에 상호간 믿을수 있도록 3국간 새로운 정보교환 체제를 갖추었으면 한다.대북정보에 관한한 3국이 모든 정보를 숨김없이 공유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1997-04-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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