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사람들(외언내언)

하노이 사람들(외언내언)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6-11-22 00:00
수정 199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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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의 천재 미국의 키신저를 상대로 「파리회담」을 이끌던 북베트남의 여성실력자 구엔 티 빈씨를 우리는 기억한다.그는 지금 통일베트남의 부주석이다.혁명 1세대인 그는 단호하며 집요하여 슬기로운 물것처럼 거인의 종아리를 한번 물면 목적이 관철될 때까지 절대로 놓지 않았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록색 아오자이에 가느다란 금목걸이를 걸고 분홍색 입술연지를 가볍게 바른 온화한 7순의 할머니다.그런 그를 지난해에 만나본 일이 있다.그때 그가 『한국과의 불행한 과거』에 대해서 한말이 인상적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은 분명 있었던 일이므로 지울 수는 없다.다만 이제부터 친구가 되어 나아지면 된다.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지않는다.지금 우리는 한국과의 친화로운 관계를 원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맞는 통일베트남의 표정은 구엔 비 틴 여사가 했던 말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북쪽의 주도아래 통일은 했지만 『실전없이 평화로운 한반도가 부럽다』고 생각할 만큼 어려운 현실을 견디고있는 그들이다.

일본의 한 경제인이 일본의 전통의상을 보세가공하는 솜씨로 안심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의 거의 유일한 나라가 베트남이라고 술회한 대목을 읽은 일이 있다.그렇게 손끝이 여물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아직도 민족주의 해방전쟁의 자존심을 간직하면서 시장경제체제를 흡수해야 하는 어려움과 전흔이 다 낫지못해 갈등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머지않아 그들의 시련은 극복되리라고 믿는다.

그런 그들에게 『메콩강의 기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 우리 김영삼 대통령의 「덕담」을 국민도 동감한다.그러기 위해 한국이 『절실하게 필요한 친구』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뜻에도 공감한다.좋은 미래를 위해 과거의 불행을 극복하는 걸음은 탄탄해졌다.<송정숙 본사고문>
1996-11-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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