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전 주한미 대사 WP지 기고 요지

릴리 전 주한미 대사 WP지 기고 요지

입력 1996-07-21 00:00
수정 199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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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미국민 세금 삼키는 블랙홀”/이미 5천만불 지원… 독재정권 지탱 도와준 셈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는 19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북한은 미국민의 혈세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이같은 독재정권을 지탱시켜주는 금전지원을 자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다음은 「독재정권 지탱해주기」라는 제하의 릴리 전 대사 기고문요지다.

우리 미국은 친하지도 않는 정권을 유지시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혈세를 북한에게 줘야 하는가를 이제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지난달 북한 중유지원자금으로 행정부가 요청한 2천5백만달러의 「거금」을 의회가 「적절하게」 1천3백만달러로 깎자 미·북한기본합의를 해치는 「나쁜 짓」이라고 매도하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왔다.

과연 의회가 못할 짓을 한 것인가.이 북한이라는 「밑빠진 독」에 이미 얼마만큼의 미국 혈세가 쏟아부어졌는지 하나씩 헤아려보자.94년부터 중유선적자금으로 2천6백50만달러가 나갔다.무기제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 핵물질을 인수하기 위한 1천7백70만달러의 자금이 에너지부 예산으로 배정되어 있다.미군 유해발굴을 도와줘 감사하다는 사례비로 2백만달러의 현금을 북한은 챙겼다.

여기에 북한의 기근에 대한 염려가 있다.미국은 지난 8개월동안 4차례에 걸쳐 총 8백20만달러상당의 식량지원을 했다.

스스로를 멸망케 하고 생태학적으로도 큰 참사를 불러올 핵개발계획을 동결한다는 약속의 대가로 미국은 모두 합해 북한에게 이미 5천만달러이상을 건네준 것이다.북한은 지금 어엿한 미 해외원조금의 주요수혜국인 것이다.

그러면 이같은 금전적 도움을 받은 북한은 자기 돈,외국원조를 어디에다 썼는가.잠깐만 살펴봐도 북한을 많이 도와준 미국은 스스로의 씀씀이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깨닫게 된다.독재자 김일성이 사망한 다음 북한의 주석궁은 6백만달러의 비용으로 방부처리된 김의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무려 8천3백만달러를 들여 개조됐다.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수천만달러를 흥청망청 써댔다.김정일은 자신의 거처 개조자금으로 국고에서 1억3천4백만달러를 꺼내갔다.

북한의 예산남용은 옛날부터 유명하다.한국의 88서울올림픽 개최가 배아파 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유치한 북한은 참가자 운송용으로 1천대의 벤츠를 수입했다.스타디움을 짓는다,별쓸모도 없는 1백5층짜리 호텔을 짓는다며 수억달러의 돈을 허비했다.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후려내는 북한의 수법은 수십년간 소련과 중국을 상대로 갈고 닦아져 노련해질대로 노련해졌다.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이 개방하자 홀로 남겨진 북한은 명색이 자급자족의 주체사상 설교자이면서 이제 구걸과 협박의 명수로 알려지게 됐다.

빚은 늘어만 가고 식량과 석유는 달리고 거기에 비빌 곳마저 없어진 북한은 비효율적인 경제체제를 지탱해주도록 미국과 그 우방을 교묘히 속이는 수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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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북한 중유자금 삭감에 대해 미국의 목표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에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져야지 결코 불법적인 정권을 달래는 데 있어서는 안된다.기본합의의 준수도 중요하지만 북한에게 낭비의 뒷돈을고분고분 대주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정리=김재영 워싱턴 파원〉
1996-07-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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