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하늘가린 체제선전/유은걸 국제전략연구소연구위원(남풍북풍)

손으로 하늘가린 체제선전/유은걸 국제전략연구소연구위원(남풍북풍)

유은걸 기자 기자
입력 1996-06-24 00:00
수정 1996-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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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건 어떤 조직이건 약점이 노출될 때 이를 감추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세하려 든다.최근에 부쩍 늘어난 북한의 체제선전도 바로 이런 것이다.아무 문제가 없으면 굳이 선전하지 않아도 되지만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파탄으로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사회일탈현상이 빚어지자 주민 다독거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며칠전 중앙TV를 통해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한 러시아와 북한 인민의 생활상을 비교한 새로운 기법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한마디로 「우리식 사회주의」체제가 훨씬 우월해 북한사람이 러시아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북한이 러시아로부터도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고 세계 각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도 주민에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북한 선전은 얼마 전에 있은 러시아대선때 옐친진영이 거꾸로 북한의 공산주의체제를 문제삼은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옐친진영은 『주민이 굶주리고 있는 북한을 보아라.공산당후보를 선택하면 그 꼴이 된다』며 공산당후보인 주가노프를 공격했다.

정말로 북한이 자신들의 사회주의체제가 우월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옐친진영이 북한의 체제를 문제삼거나 옐친후보가 공산당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는 사실등을 떳떳하게 주민에게 알렸어야만 했다.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한의 선전이 허구라는 점이 그대로 입증된 셈이다.사회주의체제의 우열평가는 우리와의 경쟁을 통해서도 이미 오래전에 판가름났다.

북한의 내부사정이 어떤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선전내용을 반대로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는 것이 북한문제전문가들이 경험을 통해 터득한 북한독해법이다.따라서 북한이 체제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바로 내부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며 북한지도부가 체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50년에 걸쳐서도 「먹는 문제」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아직도 「우리식 사회주의」로 주민을 세뇌시키고 있는 북한의 천연덕스러운 체제선전이 언제쯤 끝날지 궁금하다.

1996-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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