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카자흐 등 송유관 건설 “차일피일”/러미 공사주도권 각축에 인종분쟁 겹쳐
지난달 27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간에 카자흐스탄의 텡기즈유전지대와 흑해를 잇는 송유관을 건설한다는 새 협약이 체결됐다.이는 지난해 10월 아제르바이잔과 러시아간에 비슷한 송유관 건설 합의가 이뤄진데 이은 또하나의 낭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 에너지자원이 고갈돼 가는 시점에서 전해진 이같은 소식은 언뜻 희망적인 것으로 들렸다.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 3국은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미개발 석유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의 충격을 여전히 잊지못하고 있는 세계경제계로서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석유를 대체할 만한 대체에너지의 출현까지는 아직도 오랜 시간이 걸릴게 틀림없다.하루 산유 상한량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 협상이 진행되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이 옛날에 비해 많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한 꾸준한 석유소비 증가로 석유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새로운 대규모 유전지대 발굴에 대한 희망이 거의 사라져 언제 또다시 OPEC의 전횡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세계경제계는 늘 떨쳐버리지 못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까지 확인된 석유매장량만 4백억배럴에 이르며 1천억∼2천억배럴의 원유와 함께 방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참고로 쿠웨이트의 석유매장량은 9백70억배럴) 중앙아시아의 석유개발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유전지대가 개발돼 세계경제계의 불안을 씻어주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장애들이 가로놓여 있다.중앙아 유전지대 개발,특히 송유관 건설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전과 인종분쟁 등으로 인한 이 지역의 고질적인 불안이 해결하기 힘든 난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이중에서도 송유관 건설의 주도권 쟁탈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간의 한치도 양보없는 경쟁이 이 지역 유전개발에 대한 세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 지역의 개발을 막아온 주원인이 됐다.
미국은 서방세계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해주는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명분 아래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또 소련은 자신의 옛 영토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워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임으로써 개발 자체를 지연시켜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간의 송유관 건설 합의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조금씩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러시아는 사실 이들 중앙아 3개국이 러시아와의 무역에 경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나라들에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카스피해가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는 논리로 자원 공유를 주장할 수 있으며 언제든 무력행사를 통해 이들 나라들을 위협할 수 있는 등 미국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계로서는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 및 카자흐스탄과 맺은 송유관 건설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루빨리 에너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유세진 기자〉
지난달 27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간에 카자흐스탄의 텡기즈유전지대와 흑해를 잇는 송유관을 건설한다는 새 협약이 체결됐다.이는 지난해 10월 아제르바이잔과 러시아간에 비슷한 송유관 건설 합의가 이뤄진데 이은 또하나의 낭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 에너지자원이 고갈돼 가는 시점에서 전해진 이같은 소식은 언뜻 희망적인 것으로 들렸다.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 3국은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미개발 석유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의 충격을 여전히 잊지못하고 있는 세계경제계로서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석유를 대체할 만한 대체에너지의 출현까지는 아직도 오랜 시간이 걸릴게 틀림없다.하루 산유 상한량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 협상이 진행되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이 옛날에 비해 많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한 꾸준한 석유소비 증가로 석유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새로운 대규모 유전지대 발굴에 대한 희망이 거의 사라져 언제 또다시 OPEC의 전횡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세계경제계는 늘 떨쳐버리지 못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까지 확인된 석유매장량만 4백억배럴에 이르며 1천억∼2천억배럴의 원유와 함께 방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참고로 쿠웨이트의 석유매장량은 9백70억배럴) 중앙아시아의 석유개발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유전지대가 개발돼 세계경제계의 불안을 씻어주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장애들이 가로놓여 있다.중앙아 유전지대 개발,특히 송유관 건설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전과 인종분쟁 등으로 인한 이 지역의 고질적인 불안이 해결하기 힘든 난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이중에서도 송유관 건설의 주도권 쟁탈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간의 한치도 양보없는 경쟁이 이 지역 유전개발에 대한 세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 지역의 개발을 막아온 주원인이 됐다.
미국은 서방세계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해주는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명분 아래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또 소련은 자신의 옛 영토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워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임으로써 개발 자체를 지연시켜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간의 송유관 건설 합의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조금씩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러시아는 사실 이들 중앙아 3개국이 러시아와의 무역에 경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나라들에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카스피해가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는 논리로 자원 공유를 주장할 수 있으며 언제든 무력행사를 통해 이들 나라들을 위협할 수 있는 등 미국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계로서는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 및 카자흐스탄과 맺은 송유관 건설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루빨리 에너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유세진 기자〉
1996-05-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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