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사정」 아니냐” 정·재계 긴장/이철수 행장 구속 여파

“「제2사정」 아니냐” 정·재계 긴장/이철수 행장 구속 여파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6-05-02 00:00
수정 199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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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3년전 「악몽」 되풀이 될까 안절부절/정치권­“순서대로라면 다음은 우리차례” 걱정

이철수 제일은행장의 전격 구속을 바라보는 금융가와 재계,정치권의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단순히 대출 커미션 수수라는 고질적인 금융비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우세하다.제2 사정의 태풍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행장은 은행가의 「빅3」로 통했다.「PK」(부산·경남) 출신이다.이른바 권력형 비리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4·11 총선 당선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본격화되는 등 시기를 고려할 때 검찰의 다차원적 포석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물론 검찰은 『죄 있는 곳에 칼을 댈 뿐』이라고 말한다.

사건은 장장손 효산그룹 회장의 구속에 이어 우성건설 쪽으로도 번졌다.이행장의 다른 혐의를 잡기 위해서다.재계,특히 건설업계는 서울지검이 담합행위 등 건설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터진 대출비리에 아연 긴장하고 있다.

금융계는 다른 시중은행장에 대한 내사설로 숨을 죽이고 있다.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3년 전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하며 안절부절이다.지난 3년동안 14명의 은행장이 비리나 사정의 여파로 옷을 벗었다.

정치권은 현 정부의 사정의 순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김영삼 대통령의 개혁과 사정 작업의 출발점은 금융계였다.먼저 자기 살을 도려낸 뒤 다른 쪽을 쳤던 점을 눈여겨 보라고 한다.집권 후반기의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뜻 외에 내년을 향한 장기적인 구도로까지 파악한다.

이행장에 대한 내사,수사설은 그동안 증권가의 단골 메뉴로 나돌았다.제일은행 출신인 이원조 전 은행감독원장의 후광,「TK」(대구·경북) 출신인 박기진 전 행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점 등이 근거로 거론됐다.

94년 3천5백억원에 상업증권 인수,95년 효산 및 유원건설의 부도와 주식평가손 3천억원 발생,연초 우성건설의 부도로 은행이 기우뚱하는 과정에서 개인비리 소문이 무성했다.

이 사건은 장학로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이 효산 장회장으로부터 대출청탁을 알선해 달라며 6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지 한 달만이다.

일각에선 이행장 수사가 장 전 실장에 대한 수사의 이삭줍기로도 본다.검찰은 이도 부인한다.

고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장실장 수사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오히려 이 사건 내사 중에 장실장 사건이 터진 것임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은 구조적인 대출비리가 윗 선에서도 아직도 남아있음을 새삼 일깨워줬다.검찰은 계속 파고들겠다는 자세다.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처리한 대검중수부의 문영호 2과장이 사건을 맡은 점도 검찰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박선화 기자〉
1996-05-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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