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할머니 “눈물의 망향가”/중국거주 칠순의 이춘도씨

정신대 할머니 “눈물의 망향가”/중국거주 칠순의 이춘도씨

박용현 기자 기자
입력 1996-03-07 00:00
수정 1996-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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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때 갖은수모… “죽기전 고향 가봤으면…”/국내단체 초청… 가족·친지없어 허가 안나

일제때 중국에 정신대로 끌려간 열다섯살 조선 처녀가 고희의 노인이 돼 귀국을 갈망하고 있다.그러나 고향으로 가는 길은 50년 전처럼 순탄치 않다.

중국 신강성 합밀시에 사는 이춘도 할머니(69).어릴 적 이름은 금순이.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15살이던 44년 수원역 뒷산에서 나무를 하다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기차로 만주에 도착한 뒤 몇차례의 탈출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무한으로 옮겨졌다.일본군 34군과 제5야전보충부대·병기공장 등에서 모진 수모를 겪었다.

고통을 참다 못해 동료 4명과 자살을 결심했다.서로 상대방의 가슴과 팔에 자기이름을 새겨넣고 강물에 몸을 던졌지만 혼자만 살았다.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팔뚝에 당시 숨진 4명 가운데 가장 친했던 「이옥주」의 이름이 남아 있다.

1945년 일제의 패망과 함께 자유의 몸이 됐다.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몰랐다.식모살이와 농사일로 근근이 살아가다 중국 청년과 결혼했다.중국정부의 변방지원정책에 따라 신강성으로 이주,정착하면서 새 삶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가 남긴 상처는 가시지 않았다.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끝내 이혼을 당하고 조선족인 장금자씨(54·여)의 도움을 받으며 지금껏 홀로 살아왔다.

이 사정을 접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 연말 2주일의 일정으로 이할머니를 초청했다.하지만 당국은 신청서를 반려했다.국내에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는 이유였다.

정대협측은 『지난해 5월 이할머니와 같은 처지인 강묘란할머니(73·중국 상해시)가 국내로 초청돼 영주귀국절차까지 밟고 있다』며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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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할머니는 오욕으로 얼룩진 과거를 회상하는 증언의 말미에 이렇게 호소했다.『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고향에 가보고 싶습니다.』 <박용현 기자>
1996-03-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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