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만과 승훈(외언내언)

바우만과 승훈(외언내언)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6-02-06 00:00
수정 1996-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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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으로 시한부의 생명이 될지도 모르는 성덕 바우만군에게 골수기증 자원행렬의 열기가 대단하다.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도 발견되어 곧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올 것같으니 그 열성적인 성원이 결실을 맺을 것같다.

성덕군은 어려웠던 시절의 우리가 만든 한많은 아들이다.철없는 미혼모처럼,낳기는 했지만 키울수가 없어서 남의집 문전에 버려놓고 돌아섰던 「업동이」인 것이다.입하나도 힘겨울만큼 가난했던 그시절 그래도 「부잣집」에 들어가 호강이나 하며 잘살기를 바랐는데 느닷없이 불치병에 걸려 체질이 같은 육친들의 도움을 호소하게 된 것이므로 기나긴 줄을 서는 따뜻한 마음이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별로 오래되지도 않은 지난시절 가난을 핑계로 우리가 저질러온 부도덕한 행적을 지금와서 보아야 하는 일이 괴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TV에 비친 성덕군이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이야기를 하던 대목은 가슴아팠다.작으마하고 가무잡잡한 황색 피부를 지닌 바우만청년은 「피치 못했을 어머니의 상황」을 이해할 것 같다면서 새까맣고 초롱한 눈을 웃으며 적셨다.원망도 한도,더구나 미움같은 것은 그림자도 안담긴 소년같은 미소를 담은 그 눈가의 물기는 진한 그리움이었다.

그 해맑은 눈을 위해서도 그를 살리려는 노력이 결실하기를 빈다.그와 함께 우리에게는 또다른 많은 『성덕군같은 생명』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같다.성덕군으로 해서 드러난 열띤 관심이 이들 「또다른 아들딸들」에게도 적용될수 있어야 하겠다.

지금으로서는 어머니가 한 호텔에서 청소일을 돕고 있다는 전승훈군이 대표적인 그런 생명이다.너무 어려워 우리가 낳은 아이도 남의집 대문앞에 강보째 버려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감상적인 속죄」로 기나긴 줄을 서는 우리.성덕 바우만군을 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 품에 있는 자식을 잃지 않도록 마음쓰는 일도 중요하다.승훈군과 또다른 승훈군들 모두에게 관심을 보이는 성과도 거둬야 한다.<송정숙본사고문>

1996-02-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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