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 바웬사/반영환논설고문(외언내언)

전기공 바웬사/반영환논설고문(외언내언)

반영환 기자 기자
입력 1996-01-11 00:00
수정 199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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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동양에서는 높은 관직에 있다가 물러나면 귀거래사를 읊으며 향리로 돌아간다.조선시대에는 정승벼슬을 한 뒤 강호로 돌아가 후진을 양성하며 저술로 여생을 보내는 것이 미덕으로 돼 있었다.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으려 했다.송강 정철의 가사문학이나,고산 윤선도의 시조문학은 그런 은거에서 나온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난 뒤 오히려 돋보이는 인물이다.1980년 재선에서 낙선한 뒤 고향 조지아주로 낙향해 카터 평화센터를 설립,국제분쟁 해결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평양에도 다녀왔고 아이티·보스니아·수단 등 분쟁이 있는곳 어디든지 나타난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활약하며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지난해에는 「늘 생각하며」란 시집을 출간,베스트셀러가 되었다.낙선후 써 낸 회고록 「신념을 지키며」도 베스터셀러였다.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벤 구리온 초대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원래의 생업인 구둣방을 차렸다.우리로 말하면 「신기료 장수」다.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행복한정치인들이다.

최근에는 대선에서 실패한 레흐 바웬사 폴란드 전 대통령이 원래의 본직인 조선소 전기기술자로 복귀하리라는 외신이 전해지고 있다.우리에겐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다.자유노조의 기수로,자유폴란드의 첫 민선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옛 동료와 직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헌정사에서 전직대통령의 만년은 참담하다.이승만대통령은 하야후 망명,장면총리는 강제 하야,박정희대통령은 재임중 피살,그리고 전두환·노태우대통령은 군사반란죄와 거액뇌물수수죄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던 전·노전직대통령은 평범한 시민이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축재와 부정을 저질렀다.



민주주의의 성숙은 전직대통령이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우리도 이젠 대통령직을 물러난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전직대통령을 갖고 싶다.
1996-01-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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