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난 진상 몰라 궁금증 증폭

북 식량난 진상 몰라 궁금증 증폭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6-01-05 00:00
수정 1996-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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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수수방관…서방 반응과 대조적/우리 정부 “6월까지 문제 없을 것”

최근 북한의 식량난의 심각성을 알리는 설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예컨대 굶주림에 견디지 못한 북한주민들의 폭동 움직임이 있고,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부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심지어는 이미 북한내에 수천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갖가지 설들만 춤추고 있을 뿐이다.아무도 정확한 진상을 제시하지 못해 오히려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러시아의 알렉산드로 파노프 외무차관이 3일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이타르 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식량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아직 어느 정도의 비축물량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것이다.

러시아의 이같은 상황판단은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중국의 이례적인 「담담한」 자세와 궤를 같이 한다.북한의 가장 가까운 「혈맹」이었던 중국은 지난해부터 대북 식량지원을 사실상 끊은데 이어 사상최대라는 북한수해 구호에도 오불관언이다.물론 우리 정부조차 아직 북한의 식량사정을 정확히 규명하지는 못하고 있다.통일원·안기부·농촌경제연구원등 각기관 마다 내년도 북한의 식량부족분에 대해 다른 추정치를 내놓고 있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적으면 2백80만t에서 많으면 3백62만t까지 편차가 엄청나다.

다만 현재로선 정부 부처간에 인식이 일치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우선 북한이 현재 상당한 식량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또 미·일등 서방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체제위기적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 다른 하나이다.

중·러등의 시각도 북측의 독특한 공산체제의 배급체계를 고려하면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를테면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텃밭과 뙈기밭 경작으로 인한 여유분,두끼먹기운동등 내핍능력을 감안하면 아직은 벼랑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당국이 최근 식량사정이 나쁜 지역주민들에게 상대적으로 나은 지역으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충격흡수 장치라는 분석도 있다.식량난이 양강도·자강도·함경도등에 집중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 추론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군량미나 비축미가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북한의 지난해 곡물수확량을 어림잡아 3백84만t으로 추산하고 한달간 곡물소비량을 45만t으로 감안할 때 적어도 올 6월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관측인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수해를 빌미로 한 작금의 북한의 「구걸외교」도 다목적 포석일 수도 있다.이왕 체면이 손상된 김에 당장의 먹거리가 아닌 재고량 부족분을 채우는 수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기는 식량부족이라는 현상황 그 자체라기 보다는 자력으로 식량난을 타개할 수 없다는데 있다는 지적이 많다.북한의 식량난이 당장 체제붕괴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에너지·원자재난,외화난등 총체적 경제난속의 북한이 이를 극복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식량증산의 관건인 수입 화학비료를 재수출하고 있는 점이 북한의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한푼의 외화가 아쉬워 러시아등에서 수입한 비료를 중국에 「되걸이 무역」방식으로팔고 있기 때문이다.<구본영기자>
1996-01-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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