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잡음」/송상옥 소설가(굄돌)

경주 「잡음」/송상옥 소설가(굄돌)

송상옥 기자 기자
입력 1995-09-24 00:00
수정 1995-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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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말 파리 철수를 앞둔 독일군의 현지 지휘관이 히틀러의 「파리 폭파」명령을 지키지 않아 결과적으로 파리를 파괴로부터 구할 수 있게 한 에피소드는 모두 잘 알고 있다.파리를 자주 가보고 아는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이 도시가 50년전 그때나 30년전이나 10년 전이나,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있어온 파리를 건물의 때를 벗기고 수리하고 조심스레 단장을 하는 것 이상은 절대로 손대지 않고 보존하면서 필요에 따라 외곽에 초현대식 건물이나 아파트를 들여놓는 새 시가를 건설하고 있다.파리가 프랑스의 파리를 넘어 세계의 파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 국민과 정부가 한 마음으로 이 도시를 그대로 간직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경부고속철도의 경주 통과를 둘러싸고 불필요한 마찰을 빚고 있다.정부의 소관부처를 포함한 한쪽에서는 지역발전 예산문제 등을 내세워 경주 중심부 통과를 고집하고 있고 우리의 역사 문화유산인 고도 경주를 훼손하는 것을 반대하는 학계 등 다른 쪽에서는 우회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 그것을 불필요한 마찰이라고 한 것은 이 문제에 관한한 「마찰」이 있을 까닭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즉 우리의 경주를 경주로 후손 만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세계의 경주는 그 다음의 일이다) 고속철도의 우회 노선을 택하는게 마땅하다.거기엔 처음부터 예산이든 뭐든 다른 문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파리 폭파」를 이행하지 않았던 그 지휘관은 아마도 그 일을 자기 생애에서 가장 잘한 일로 여기며 눈을 감지 않았을까.그러나 그것은 파리의 이야기이고,우리의 경주를 더욱 잘 가꾸진 않고 오히려 흠집내려는 일은 철회돼야 한다.민족의 유산은 아무도 손댈 수 없다.또한 그 길이 경주의 진정한 발전과도 직결된다.

1995-09-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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