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더 우울한 이웃들

명절이 더 우울한 이웃들

김경운 기자 기자
입력 1995-09-06 00:00
수정 199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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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준비커녕 보상요구 농성­삼풍참사 실종가족/수마스친 들녘 벼세우기 “우선”­수해지역/대형사고여파 찾는 발길 줄어­양로원 등

잇따른 대형사건·사고와 집중호우,태풍 재니스의 영향 등으로 올해는 어느때보다 우울한 추석을 맞는 이웃이 많다.

5일로 붕괴사고 69일째를 맞은 삼풍백화점 희생자가족은 「차는 달」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다.1천4백60명의 사상자와 실종자가족은 아직도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것마저 고통스러울 따름이다.하루 10∼20여명의 희생자가족이 귀성열차표 대신 서울시청 세제금융지원센터에서 피해확인서를 받아가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실종자가족 가운데 20여명은 가족의 추석준비는커녕 지난 3∼4일 이틀동안 서울시청에서 조속한 피해보상등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기까지 했다.

사고당시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딸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있다는 한 40대 가장은 『추석이요… 딸이 저 지경인데 명절은 무슨 명절입니까』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달 24일 폭우로 아파트지반이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인근 여관으로,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공아파트 주민 5백여명도 올 추석을 제대로 맞기는 다 틀렸다.주민 이용자(60·여)씨는 『너무 놀라서 아파트에 아무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판국에 추석준비할 엄두가 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들판에서 농민은 쓰러진 벼를 일으켜세우며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햇곡식·햇과일의 꿈은 예전 같지 않다.경기 여주군 금사면 이포리일대 농경지 10만여평을 빗물에 쓸려보낸 주민,무한천 범람으로 최악의 수해를 입은 충남 예산군 오가·신암면 주민,충북 청원군 강외면 미호천변 주민은 차라리 자녀의 귀성길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달 21일 경기도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으로 수원대병원·아주대병원 등에 입원한 원생 13명의 피해자가족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이들은 대부분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어 언제 회복할지 기약도 못하고 있다.날마다 딸(18)의 병석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 김모씨(43)는 『딸의 생사도 기약할 수 없는데 추석은 무슨 추석이냐』고 마른기침을 해댄다.

보육원이나 양로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서울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 직원 김성자(28·여)씨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찾아오는 사람은 물론 전화도 없다』면서 『시민의 관심이 온통 대형사건·사고와 태풍에만 쏠려 올 추석은 송편 한쪽 제대로 돌려먹기가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경기 시흥 혜명양로원에서 5년째 생활하고 있는 박순임(71)할머니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하루 10∼20여명이 찾아왔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고 서운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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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9-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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