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와 창조/이준호 대신증권 사장(굄돌)

파괴와 창조/이준호 대신증권 사장(굄돌)

이준호 기자 기자
입력 1995-08-05 00:00
수정 1995-08-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선 시대만 해도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가 당사자들에게 있지 않았다.얼굴이며 성품이며 상대방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며,전적으로 부모님의 안목에 따라 선택된 배우자와 결혼할 수 밖에 없던 시대였다.

우리 세대에 들어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배우자에 대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조건의 일단을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중매」라는 새로운 질서의 등장 덕분이었다.

그런데 중매라는 새로운 질서의 등장으로 우리의 부모님들이 아마도 겪어야 했을 우려와 가치관의 혼란을,우리 중매세대들도 「자유연애」라는 또 다른 질서의 등장으로 인해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다.그리고 지금 가정의 기본틀마저 부정하는 새로운 질서의 태동을 보는 자유연애세대들도 우려와 함께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

결혼을 둘러싸고 기존 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질서의 등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듯이 이 세상 모든 질서는 새로운 질서의 창조를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이 변화의 흐름속에서 기존의 질서에 보다 많이 익숙해진 이른바 구세대들은 자신들이 익숙해진 질서도 바로 전에 존재했던 질서를 파괴하고 세워졌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라도 한듯,그들의 질서가 파괴되어 가는 것을 우려한다.

새로운 질서를 거부해 보고자 하는 반작용에 불구하고 그것이 창조적인 문화를 생성해 내는 한,새로운 질서는 기존의 질서를 대체해 나가게 된다.

이렇듯 우리 인생은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같이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는 역사의 흐름속에서 존재한다.



「흐르는」 물을 거부해 버리고 「괴어있는」 물에 안주하고자 한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새롭게 창조된 미래의 질서에서 생명력 넘치는 존재가 될 수 없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1995-08-05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