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 기뻐요”/377시간만에 새아침 맞은 박승현양/인터뷰

“다시 태어나 기뻐요”/377시간만에 새아침 맞은 박승현양/인터뷰

입력 1995-07-17 00:00
수정 1995-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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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생환/수영장 놀러가 팥빙수 실컷 먹겠다/「착한 딸」 다짐 지킬수 있어 정말 다행

『제가 지금 확실히 살아있는 건가요.아직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어요』

3백77시간의 고립.그 끝모를 절망과 어둠의 공간에서 기적적으로 한줄기 생명의 빛을 움켜잡은 박승현(19)양은 생환 이틀째인 16일 아침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온통 자신의 얘기로 가득찬 신문을 보면서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좀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그동안 잘해드린 것없이 속만 썩여드렸는데 이렇게 또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구나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도 났고요.오빠와 남동생도 무척 보고싶었어요.살아서 나가면 정말 착한 딸이 돼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그걸 지킬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에요』

박양은 전날 밤 잠을 설친 탓인지 다소 초췌해 보였으나 죽음의 문턱에서 17일만에 돌아온 소녀의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건강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구조될 때 머리쪽에 나있던 조그만한 구멍이점차 넓어지면서 푸른 하늘이 보이는 순간 「이제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양은 『갇혀있으면서 무섭다거나 죽는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으며 친구들과 놀러다녔던 일 등 즐거웠던 기억을 주로 떠올렸다』고 말해 자신의 낙천적 성격이 「죽음의 유혹」을 이겨낸 요인이 됐음을 은연중에 드러내 보였다.

박양은 또 『사고가 일어났던 날 3층사무실에 근무하는 박해정언니가 나를 만나기 위해 지하 1층에 내려와 같이 얘기를 나누다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함께 도망쳤는데 건물이 무너진 뒤 머리 뒤쪽에서 언니가 「제발 구해줘.아파…죽겠다.살려줘」라고 소리치는 외마디가 들렸다』며 되살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구조되기 얼마전 사촌동생 은영이가 꿈에 나타나 「오늘이 3일 하오2시39분」이라고 말해 매몰된 지 한 5일정도 지난 걸로 알았다』는 박양은 『숨을 제대로 못쉴 때 가장 고통스러웠고 목이 말라 천장에서 떨어지는 녹물을 마시려고 했으나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스타킹에 적셔 입에 대기만 했다』고 말했다.

박양은 또 『몇번이나 머리위에서 구조대원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고함을 질렀으나 듣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 너무 안타까웠다』며 『지금도 나처럼 구조대원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절망하는 생존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하루 빨리 구조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물 한모금 먹지 않고 무려 열이레를 버틸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런 박양도 19살짜리 신세대답게 퇴원하면 가장 친한 친구 혜진(18)이와 수영장과 롯데월드에 놀러가 좋아하는 팥빙수를 실컷 먹고싶다는 소망을 수줍게 고백했다.<이순녀 기자>
1995-07-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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