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조국서 「한표」 던졌으면…”/귀순 안혁씨 등 첫 주권 행사

“통일조국서 「한표」 던졌으면…”/귀순 안혁씨 등 첫 주권 행사

입력 1995-06-28 00:00
수정 1995-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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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안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감명/입후보자 많아 선택에 적잖이 고민도

『통일된 조국에서 투표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바랍니다』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온 귀순자들은 27일 민주시민으로서 주권행사를 한 뒤 한결같이 남북통일을 간절히 바랐다.

이날 상오 서울 광진구 광장교회 교육관에 마련된 광장동 제2투표소에서 92년 북한에서 귀순한 이후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안혁(27·한양대 경영학과3)씨는 『난생처음 자유로운 투표에 참여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89년말 북한에서 도의원선거를 할 때는 정치범수용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돼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제일 먼저 투표했다』면서 『북한과는 사뭇 다른 우리의 자유로운 선거분위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북한에서 귀순한 여만철(48·방지거병원)·이옥금(45)씨 부부도 딸 금주(21·중앙대 유아교육과1)양과 함께 상오7시5분쯤 서울 구로구 수궁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투표구에 나와 주권을 행사했다.

여씨는 『4가지 선거가 동시에 치러져처음에는 혼란스러웠으나 TV나 유세장에서 후보들의 면면을 자세히 지켜보고 나름대로 후보를 결정했다』고 첫 투표소감을 밝히고 『북한선거는 안전부 스파이노릇을 하는 인민반장(통장)과 경찰이 감시를 하고 있는데다 기표소는 없고 투표함만 있어 말이 비밀선거이지 선거가 아닌 요식행위였다』고 북한의 실상을 공개했다.

지난주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금주양은 학생증으로 신분확인을 하려했으나 투표소 직원들이 「절대불가」판정을 내려 발을 동동 구르다가 참관인 5명이 『신분이 확실하니 투표를 하게 하자』고 동의,간신히 투표를 마쳤다.

귀순용사의 「맏형」격인 이웅평(41)씨도 부인 박선영씨(34)와 함께 상오10시쯤 서울 서초구 서래국교에 마련된 방배본동 제1투표소에 나와 투표권을 행사했다.

정치학도 출신의 이씨는 『시민이 후보자가 많다는 이유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무관심을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포기』라고 지적하고 『모든 시민은 반드시 주권을 행사할 권리는 물론 의무도 갖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그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전철우(28·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아파트 146동)씨는 상오 8시40분쯤 둔촌1동 제1투표소에서 귀순이후 네번째로 주권을 행사한 뒤 『북한에서는 후보자가 1명이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나 남쪽에서는 후보자가 많아 적잖이 고민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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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이외에 92년12월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귀순한 강봉학(35·경희호텔전문대2)씨와 같은해 8월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탈출,귀순한 강철환(27·한양대 무역과3)씨도 주권을 행사하며 서울시민으로서의 긍지를 누렸다.<박현갑·김성수 기자>
1995-06-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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