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길러주는 교육으로/김정자 한국여성개발원장(일요일 아침에)

자율성 길러주는 교육으로/김정자 한국여성개발원장(일요일 아침에)

김정자 기자 기자
입력 1995-03-26 00:00
수정 1995-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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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담배의 판매량이 해가 다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담배자동판매기의 주 고객들이 청소년층 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YMCA 학부모모임과 여성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담배자판기 추방운동을 벌이고 부천 시의회는 담배자동판매기 설치금지 조례까지 제정했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자판기는 생활속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시되며 존중되는 서구사회의 발명품이다.그런데 우리사회는 편리성만을 내세워 청소년들에게 무방비상태로 아무데나 담배자판기를 설치해도 될만큼 자율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까.

자녀를 둔 부모의 한 사람으로 담배자판기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떤 모양새로 어떤 기능으로 활용될지 걱정하고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사회는 시장원리를 신봉하는 자율적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를 유지해왔다고하나 더딘 정치발전으로 오랫동안 통제된 비자율적 사회였다고 생각한다.또 비자율적 인성의 학습장이랄 수 있는가정과 사회의 획일적 교육현장들은 사람들을 그동안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인간으로 길러냈다.이처럼 비자율적인 우리사회에 담배자판기가 무제한으로 맡겨진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아직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길러지지않은 청소년들에게 담배 흡연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그러나 염려해야 할 대상은 청소년외에 어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일류병에 걸려 가정의 자율적 질서도 잊어버렸다.현재의 교육제도와 입시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한 자녀의 자율적 인성은 결코 육성 될 수가 없으며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권위는 회복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중·고생이 있는 가정을 보면 그 집의 왕은 수험생이며 아버지는 왕의 높은 과외비를 벌어와야 하는 일벌이고 어머니는 왕의 비위를 맞추고 시중을 드느라 잠 자는것조차 죄의식을 느끼는 시녀와같은 구조로 전락,가족의 힘과 권위구조가 완전히 뒤바뀐 실정이다. 한편 근래에는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를 입증하는 또하나의 형태로 미리부터 자녀를 입시고통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중·고등학교때부터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일도 흔해졌다.

물론 대개의 부모들이 오랜 고민끝에 그런 결정을 내렸겠지만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학부모들이 연대하여 입시제도의 개혁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가 입시지옥이라는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면서 성장 할 수 있는 자율적인 능력을 기르게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수동적으로 자라난 아이들은 마흔이 넘어도 홀로서기를 못하고 부모에게 기대 살 수밖에 없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도처에서 민주화가 무르익어가면서도 이처럼 자율적인 사회로의 전환이 굼뜬 것은 비자율적인 구성원들이 우리사회를 이끌어가기 때문으로 그 결과 교수의 신분을 가진 40대의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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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제 우리는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을 위해 담배자판기 설치금지조례를 제정하고 자판기를 철거하는 일시적 처방보다는 그들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있도록 확실한 교육제도의 개혁이 시급함을 인정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자율적인 사람이 된다면 담배자판기가 아무리 많이 설치된다해도,완전한 시장개방이 이루어져도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오히려 우리가 세계시장을 넘볼 수 있는 자신있는 사회분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1995-03-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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