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하벨 정상회담의 성과

김 대통령­하벨 정상회담의 성과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5-03-05 00:00
수정 1995-03-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체코 「경제·과기 실질협력의 틀」 구축/체코 트럭회사 주식 34% 오와 공동인수/9백40만달러 규모 광케이블공사 낙찰

김영삼 대통령과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4일 정상회담은 경제·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와 체코 두나라의 실질적 협력관계를 한단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체코는 이른바 「벨벳혁명」이래 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있어 중동구권의 모범이 되는 나라다.비슷한 처지인 폴란드나 헝가리·불가리아에 다시 사회당정권이 들어선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데 이처럼 성공한 나라와의 협력강화는 한국외교의 위상강화는 물론 경제·통상분야에서 우리의 동구권진출에 매우 효과적인 거점을 확보했음을 뜻한다.

두나라는 이날 40분동안의 정상회담과 통상장관회담 등을 통해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공식적으로 발효시켰다.또 과학기술협력협정·원자력협정을 체결하고 제3국 공동진출과 민간차원의 경제교류확대 등에 합의했다.경제·과학·기술·투자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협력을활성화하기 위한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쪽에서 본다면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체코 국영기업의 민영화사업과 통신망 현대화사업 등에 우리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화 또는 확대시켰다는 점이라고할 수 있다.

회담에서 우리는 민영화사업참여와 관련,국영트럭제조회사(AVIA)의 주식 34%를 오스트리아와 공동으로 인수하기로 했다.통상장관회담에서는 삼성전자가 9백40만 달러규모의 체코 체신청의 광섬유케이블 설치공사를 낙찰받은 것이 두나라의 긴밀한 협력관계의 상징적 계기가 된다는 사실에 뜻을 모으고 5천만 달러규모의 전전자교환기사업과 체신청 민영화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가능성을 서로 확인했다.지금껏 동구권 국가의 민영화사업이나 통신망 현대화사업을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독과점해온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기업의 유럽진출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것이다.

한국과 체코는 5년이란 짧은 수교기간에도 불구하고 그사이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진 특수한 관계다.체코가 한국의 경제개발모델을 자기네의시장경제전환을 위한 교과서로 삼으려는 의지와 관계가 깊다.동남아시아 여러나라와 러시아나 우즈베크·헝가리 등에 이어 체코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이 고도경제성장 또는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독특한 경제개발모델의 종주국으로 국제무대에서 지위를 향상시켜 가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독특한 「정치경제철학」을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민주주의를 위해 줄기차게 투쟁해온 두지도자는 『인간존엄성등 인류보편적 가치의 추구가 민주주의 발전은 물론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불가결하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이는 한국의 고도경제성장 및 민주화의 동시달성에 대한 하나의 철학해석이자,한국형 발전을 추구하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두 정상이 북한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동보조를 다짐하면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키로 한 점도 이같은 인류보편적 가치의 추구와 경제발전의 상호관계 설정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특히 북한의인권개선에 대한 공동보조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날 체코는 북한문제에 대한 협조는 물론 국제무대에서의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완전한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했다.우리의 유엔 안보리비상임 이사국진출에 대한 지지를 말로서만 아니라 문서로까지 약속했는가 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문제에서도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고 가입후에는 OECD를 탄력적이고 배타성없이 운영하는데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김대통령의 꿈은 대통령 재임기간안에 우리나라를 국제중심국가로 만드는데 있다.세계화전략의 궁극적 목표도 세계중심국가화에 있다.

체코는 강한 나라는 아니다.그러나 중동구권의 중심국가인 체코가 한국에 보인 「존경」과 실질협력강화,국제무대에서의 완전한 동반자역할 약속 등은 김대통령의 이같은 꿈을 구체화하는데 또 한차례 힘을 보태준 것이다.<프라하=김영만 특파원>

◎김 대통령 만찬답사 요지

나는 찬란한 문화와 전통에 빛나는 아름다운프라하를 한국대통령으로서 처음 방문하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합니다.특히 공산주의로 얼어 붙은 대지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20여년동안 투쟁해오신 하벨대통령 각하를 비롯한 체코 민주개혁 지도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 참으로 깊은 감회를 느낍니다.

20세기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향한 민주화투쟁이 마침내 승리를 이룩한 「민주주의 구현의 세기」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1968년 「프라하의 봄」이후 그 길고도 험난한 투쟁과정에서 보여준 각하의 영도력과 체코국민의 용기는 중부유럽 개혁의 횃불이 되었습니다.나는 1989년 늦가을 이곳 바츨라프 광장에서 전개된 「벨벳혁명」때의 여러분을 상기합니다.자유와 정의를 쟁취하고 말겠다는 불퇴전의 용기와 결의에 차 있던 여러분의 그때 그 모습은 한국땅에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투쟁했던 한국 국민의 모습,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각하께서는 1990년 신년사에서 「국민 여러분,여러분의 정부가 다시 여러분의 손으로 되돌아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이는 곧 민주와 번영을 향한 새로운 체코역사의 시작을 선언한 것이라고 믿습니다.나는 이 자리를 빌려 각하의 영도아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 착실한 진전을 이룩하고 있는 체코국민에게 우리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보내는 바입니다.나는 오늘 각하와 가진 회담에서 두 나라는 국교를 수립한지 5년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인 관계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두나라는 그동안 이중과세 방지협정,투자촉진 및 보장협정등 각종 협정을 체결하여 양국관계 발전의 기본틀을 마련하였습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세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있습니다.체코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까운 이웃처럼 긴밀히 교류하고 협력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나의 이번 체코방문이 두 나라국민의 우의를 더욱 돈독히 하고 양국 협력관계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나의 이번 체코방문이 두 나라국민의 우의를 더욱 돈독히 하고 양국 협력관계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1995-03-05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