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체첸공습 중단 명령/TV연설서/“휴전·무장해제 협상 용의”

옐친,체첸공습 중단 명령/TV연설서/“휴전·무장해제 협상 용의”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4-12-28 00:00
수정 199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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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공 무장세력 발본” 재다짐

【모스크바 연합】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27일 체첸자치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시에 대한 공습을 중단할 것을 명령하면서 체첸사태를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옐친대통령은 이날 하오4시5분(현지시간)부터 방송된 체첸사태와 관련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그로즈니시에 대한 공습이 『민간인 피해자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중단토록 명령했다』고 밝히고 아직도 종전처럼 정치적 해결의 길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니콜라이 예고로프부총리,세르게이 스테파신 연방방첩본부장,아나톨리 크바시닌장군 등이 체첸측과 협상토록 전권을 위임받았으며 이 협상에는 국가두마(하원)와 연방회의(상원)가 구성한 위원회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협상의 목적은 전투의 중단과 무장해제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체첸공화국내 작전에 참여한 병사들에게 『반도들을 괴멸시키고 무장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어 옐친대통령은 체첸자치공화국내의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1단계 군사작전을 결산하면서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는 완전히 차단됐으며 무장병력은 봉쇄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병력은 체첸 각지에서 무장세력을 괴멸시켰으며 체첸의 국경지대를 완전히 차단해 무기와 마약·위조지폐 등이 러시아로 반입되는 것을 중단시켰다고 선언했다.

◎옐친 엄청난 정치적 부담안아/대체첸 군사작전 중단이후/「침공 실패」 책임공방 불가피… 시련 클듯/민간인 희생·자치공 문제 수습도 난관

옐친 대통령이 체첸공화국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지키로 함으로써 체첸사태는 일단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그러나 애당초 무리하게 시작한 무력침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옐친 대통령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점이다.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외치고 있으나 체첸인들은 아직 엄연한 러시아 국민이다.그럼에도 러시아군은 무차별 공습을 펼쳐 엄청난 민간인 희생자를 냈다.이는 국내 여론을 급격히 악화시켜 옐친대통령으로 하여금 작전중단을 결심케 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작전 막바지 불거져나온 군지휘관 다수의 항명 사건도 상당히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작전에 참가한 사령관급 장성 수명이 진격명령에 불복,소환당하거나 자진사퇴한지 불과 이틀만에 이번 전투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체첸 침공은 그밖에 언론,의회,정치권 등 거의 사회 전분야에서 지지를 얻지 못한 가운데 진행됐다.무엇보다 옐친 대통령은 이번 침공을 결행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소수의 측근 강경파들에게만 의존,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개혁세력과 거의 결별을 고했다.따라서 앞으로 침공 결정 과정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불가피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이에따라 그라체프 국방,빅토르 예린 내무장관,세르게이 스테파신 방첩부장,코르자코프 대통령 경호실장 등 옐친 측근 강경파들에 대한 개혁파들의 정치적 공세가 가열될 것이 분명하다.자칫 권력 상층부에 상당폭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95년 총선과 96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옐친 대통령으로선 상당폭의 정치적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체첸사태 자체도 조기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섣부른 무력침공은 두다예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세력으로 양분됐던 체첸의 민심을 반러시아 일색으로 결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현지 분위기로 볼 때 두다예프 대통령 대신 반정부세력을 앞세워 친모스크바 정권을 수립하겠다는 옐친 대통령의 구상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같다.반러시아 감정이 극에 달해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업은 반정부 세력의 입지는 극도로 약화돼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이 구상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면 게릴라전식의 내전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같다.

앞으로 옐친 대통령의 과제는 서둘러 체첸에서의 전투 상태를 마무리짓고 독립을 추구하는 연방내 공화국들에 대한 장기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력사용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뼈아픈 교훈은 얻었겠지만 종합적 대책 마련은 여전히 힘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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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번 체첸사태는 러시아 정권이 많이 민주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무력에 쉽게 의존하고,밀폐된 정책 결정과정 등 과거의 전체주의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보여준 계기가 됐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4-12-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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