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바라본 지자제(이동화칼럼)

추석에 바라본 지자제(이동화칼럼)

이동화 기자 기자
입력 1994-09-22 00:00
수정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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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해 본 농촌의 추석은 역시 풍성했다.햇곡 햇과일 등이 가지가지 많기도 했지만 이런 느낌은 한여름 내내 땀흘려 일한 농민들과,고향의 가족 친지들을 찾아온 도시인들이 흥겹게 함께 어울리는 모습에서 더욱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특히 농민들의 투박한 웃음속에 보이는 자긍의 모습은 추석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손쉽게 느낄수 있었다.노인분들도 『살아생전에 처음』이라던 극심한 무더위와 가뭄까지 뚫고 이겨낸 결실의 보람이 얼굴과 행동과 말 속에서 풍기고 있는 것이었다.

○기대반 우려반의 지자제

그동안 썰물빠지듯 도시로 나간 젊은이들이 잠시나마 돌아와 모인 시골사랑방은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농촌진흥세미나 장소로 변해있었다.주제는 고수익작목선택에서부터 농어촌자매결연,농공단지의 성패,UR이후의 자구책 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있고 주목을 끈 주제는 내년중반부터 본격실시될 예정인 지방자치에 관한 내용들이었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농촌에 사는 이나 도시민이나를 막론하고 기대반 우려반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자제시대를 보는 이들의 관심사는 선출될 인물,개발계획,공직풍토등 다양한 것이다.특히 인물에 관한 흥미는 일반적이면서도 광범위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서울시장감을 비롯해 직할시장 도지사 등의 자천타천 후보감들은 이미 여러차례 언론에 보도되어 사람들의 입초시에 오르고 있지만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예상후보놓고 설왕설래

군수후보로는 어떤 마을 어느 성씨의 누가 있고 장단점은 어떻고 판세예상은 어떻고 하는 얘기에서부터 군의원예상후보까지 도마에 올려져 난도질 당하는 시절이 된 것이다.언론에서 정식으로 보도하지 않았을 뿐 윤곽이 드러날대로 다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라 하겠다.

여기에 더하여 누구는 A를 밀고 누구는 B를 지지하며 누구는 C를 지원하는 등 동네분위기가 이상해진 곳조차 있다는 얘기다.또 선거가 닥치면 어느 마을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현상이 나오게 마련이고 그 후유증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때의 것과는 달리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 일반론이었다.

농촌일이라는 것이 서로 돕고 품앗이를 해가는 협업이 절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농민들의 걱정이 많았다.이 때문에 협업을 장려하고 강화하는 차원에서 향약을 고치는등 미리 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젊은이들이 적은 농촌에서 정치오염을 막기위한 자구책이라고나 할까.

○지역개발관련 진통예상

다른 하나의 관심은 지역개발이다.택지나 농공단지는 어디에 어떻게 조성될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우리마을에는 어떤 이익과 손해가 있다든지,읍외곽도로를 어디에 새로 만들어야 한다든지,관광지 개발이 어떻다든지 하는 것들이다.이런 것들중 많은 부분은 주민들의 이해가 엇갈려 진통을 겪게 될것이다.또 무분별한 지역이기적 개발은 보다 광역적인 차원이나 국가적 안목에서 보아 소탐대실의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이런 생각을 하면 뒷맛이 씁쓸하다.

그밖에 지자제실시와 관련하여 화제에 많이 오르고 개탄의 대상이 된것은 지방공직자의 기강에 관한 문제였다.인천북구청 세무직원들의 부정때문에 새로이 부각되었지만 그곳뿐 아니라 다른 많은 곳에서도 정도의 차이일뿐 눈에 보이지 않는 부정부패가 아직도 독버섯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선량한 공직자가 더 많지만 국민의 체감은 꼭 이와 비례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이런 체감도를 떨어뜨릴 처방이 나오지 않고 지자제부터 본격 실시된다면 이는 바로 난관을 안고 일을 시작하는 것과 다를것이 없는 것이다.

앞에 설명한 여러가지를 보더라도 본격적인 지자제는 그밖의 많은 문제들까지 안고 시작될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이것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았을 때는 민주주의발전의 요체가 될수 있겠지만 역기능이나 역작용이 클때에는 국가와 국민에게 오히려 독이 될수있다.

○준비에 지식인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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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우리같은 좁은 국토와 분단상황아래에서는 지자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강경반대의 입장도 있다.또 우리의 정치의식과 지역패권주의까지 들며 그런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적지않다.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자제가 손쉽게 굴러가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획기적인 발상전환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행착오를 가능한한 줄일수 있도록 하는데에 정부와 여야정당,그리고 지식인들이 나서서 적극 노력할때가 아닌가 한다.<주필>
1994-09-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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