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대기업만의 몫 아니다(사설)

국제화,대기업만의 몫 아니다(사설)

입력 1994-08-30 00:00
수정 199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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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에 중소기업고유업종이 무더기로 해제됨에 따라 재벌기업들이 앞다퉈 이들 업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번에 해제되는 업종은 간장등 각종 장류와 김치·브레이크오일·부동액·싱크대·배합사료 등 58개에 이른다.관련당국은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1백70여개 남은 중소기업고유업종을 없앤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화·개방화에 따라 기업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중시하고 모든 업종에서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으로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또 우리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풀이도 덧붙이고 있다.고유업종 무더기해제와 함께 중소기업제품의 우선구매시책등도 손질을 가해서 이들 기업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보호막을 제거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정책방향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불가피한 것인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당국에서는 자율과 경쟁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의 시장경제체제가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고유업종축소와 재벌들의 신규참여로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기존의 중소기업들은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경영악화의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더욱이 중소기업고유업종은 대부분이 특별한 첨단과학기술이나 시설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반면 시장규모는 비교적 크고 수익성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어서 대기업들이 독과점해버릴 가능성이 매우 많다.따라서 당국의 경쟁촉진정책의지는 오히려 경쟁을 제한시키는 등의 오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기업가들의 창업의욕을 뒷받침해주고 중소기업의 설 땅을 넓힘으로써 국민경제의 하부구조를 튼튼히 하기 위한 장치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하고 싶다.예를 들면 중소기업창업자금이나 기술개발지원자금을 원활히 공급해주고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의무대출비율을 상향조정해서 요즈음 심화되고 있는 불도급증현상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또 중소기업이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적극 참여해서 「다품종소량수출」의 기동성을 한껏 발휘할 수있게끔 수출산업정책을 바꾸도록 촉구한다.국제화는 대기업만의 몫이 아니며 중소기업에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업종전문화시책이 실효를 거두고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견제할 수 있도록 세제상의 차등화조치를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문제다.자생적 생산기반인 중소기업이 건실하게 자라서 튼튼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산업사회의 좋은 순환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경제안정과 국제경쟁력강화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1994-08-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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