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혀지는 김정일체제/군원로 우대…권력기반 다질듯(김일성 사후:2)

굳혀지는 김정일체제/군원로 우대…권력기반 다질듯(김일성 사후:2)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4-07-11 00:00
수정 199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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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관료 중용… 내부통합뒤 개방나설듯/갈등해소 못하면 집단지도체제 가능성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그리고 순조롭게 「김정일체제」를 갖춰가고 있다.정부는 북한의 방송과 군부동향을 종합한 결과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로 확실히 자리매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제부터의 관심은 김정일이 북한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로서의 공식지위를 언제 획득할지,또 그 위치를 어느 정도 유지할지에 모아지고 있다.그에 더해 「김정일체제」의 북한이 어떤 대내·외 정책을 펼칠지도 주목거리이다.

북한을 움직이는 3대 권력구조는 당과 정부,그리고 군이다.이들 기구의 최고 책임자는 당총비서와 국가주석,국방위원장이다.김정일은 지난해 김일성으로부터 국방위원장직을 물려받았다.당총비서와 국가주석자리만 차고 앉으면 외형상으로는 김일성과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된다.

오는 17일 김일성의 장례식이 끝난뒤 김정일이 나머지 2개 요직에 취임하리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하지만 우리처럼 국가원수 유고 때 대행체제를 갖고 있지않은 북한이기에 후계체제의 확립을 서두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북한 당국은 김일성 조문을 위해 당중앙위위원들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11일 평양에 모이도록 지시해놓고 있어 이때를 즈음해 전격적으로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체제가 조기에 굳어지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국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유가 있다.우리 정부는 북한에 김정일체제가 들어서는 것을 양해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김정일이 그동안 테러등 남한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핵문제에 있어서도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 바로 그를 대체할 세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김정일이 세력을 잡지 못할때 군부등 더 강경한 세력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북한의 혼란 와중에 한반도 전체의 안정이 흐트러질 염려도 있다.그런 점에서는 미국등 우리의 우방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중국도 김정일의 권력세습을 인정하는 가시적 조치들을 시작하고 있다.

김정일이 조만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다는데는 대부분의 견해가 일치한다.하지만 김정일아래의 북한이 어떤 정책을 펼지,그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그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북한의 권력구조가 일종의 신권통치에서 인간통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김일성은 「신」에 버금가는 존재였다.김일성이 살아 있는한 그를 배제한 북한의 지도체제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물론 반대의 목소리가 공식표출될 수도 없었다.이제는 다르다.김정일은 김일성 생전의 숱한 우상화작업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인간」으로 비친다.그에 대해서는 반대파가 표면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김정일체제가 몇달 또는 길어야 2년밖에 못갈 것이라는 예상은 「인간」 김정일의 지도력을 아주 낮춰보는 시각에서 나온다.김정일은 김일성 품에서의 「지도자」이지 김일성의 비호가 없이는 당·정·군에 복잡하게 널려 있는 혁명 1·2세대,테크노크라트들의 요구나 이해를 효율적으로 통제·조정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는 것이다.때문에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수도 있고 그가 권력투쟁 끝에 실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김정일체제가 10년은 갈거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그는 남쪽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적이며 개방적이어서 새로운 지도자형을 과시하며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어느 쪽 견해가 맞을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김정일은 자신의 지도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대내외 정책의 우선순위를 맞출 것으로 여겨진다.따라서 대남정책을 비롯한 외교분야에서는 김일성 생전의 정책노선을 당분간 유지할 것같다.대외정책의 급격한 변경은 국제적 긴장을 높여 내부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일의 1차적 관심은 내치이다.체제불안 상태에서의 개방은 체제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방을 하고 싶어도 내부문제가 진정된 뒤에야 가능하다.군부 원로에 대한 대접,새로운 테크노크라트들의 전면 등용으로 상징되는 인사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지지기반을 넓히려 할 것이다.이어 의·식·주문제의 해결로 북한 주민의 지지를 얻어 어느정도 지위가 확고해지면 혁명세대등 원로들에 대한 정리작업에 나서리라 예상된다.<이목희기자>
1994-07-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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