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3국의 국제법상 채무/유병화/기고

관련 3국의 국제법상 채무/유병화/기고

유병화 기자 기자
입력 1994-04-17 00:00
수정 199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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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러 는 탈북자 보호 의무있다”/「정치난민」 망명 허용은 마땅/51년 피난민협약·67년 의정자 활용토록

요즘 러시아의 벌목장으로부터 또는 중국과의 국경지역으로부터 탈출하는 북한인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그동안 한국정부가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최근에 여론에 밀려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고 있다.결론부터 말하면 북한 탈출자는 국제법상으로 당연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한국이나 중국·러시아는 모두 이들 탈출자를 보호해야 할 국제법상 의무가 있다.

우선 북한탈출자는 러시아 벌목장에서 탈출하든 중국과의 국경을 넘어 탈출하든 소위 정치적 피난민이다.일상용어에서 피난민(refugee)이란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나 여건을 벗어나기 위하여 도망하는 사람을 말한다.도망의 이유도 다양하여 자유의 억압이나 생명의 위협,전쟁이나 내란·홍수나 지진처럼 자연재해등 매우 다양하다.그런데 이중 국제법에서 말하는 피난민이란 우선 다른 나라로 도망하는 것을 말하며 또한 자연재해를 피하거나 먹을것을 찾아 도피하는 경제적 피난민은 제외된다.또한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하는 것도 제외된다.다시 말해서 정치적 피난민만을 의미한다.여기서 정치적 피난민이란 인종·종교·특정 사회그룹·정치적 의견때문에 도망하는 것으로 그 기준은 본국으로 돌아가면 생명이나 자유가 심각하게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이다.

이들이 국제법상 누리는 지위는 명백하다.우선 18세기 프랑스 혁명기부터 누적된 국제관습법상 이들을 박해받는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이들에게는 망명권을 부여하거나 다른 나라의 망명권 부여를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그러므로 여기서 피난민 문제는 망명권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다루어야 한다.이들의 지위를 명문으로 규정한 국제조약이나 국내법도 매우 많다.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것은 1951년 피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피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이다.특히 1951년 피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32조 1항에 의하면 당사국은 그 영토안에 합법적으로 있는 피난민을 국가안전이나 공공질서를 근거로 하는 경우 이외에는추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러시아 벌목장에서 탈출하는 북한인은 이에 해당된다.그리고 33조 1항에 의하면 당사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피난민의 생명과 자유가 위협을 받는 영토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돌려보내어서는 안된다.또한 35조에 의하면 유엔피난민관리청(UNHCR)에 피난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활동에 협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도대체 우리 정부가 그동안 어째서 소극적 태도를 취하였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는 구태여 인용하지 않겠다.그러나 남북한 관계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의하면 남북한관계는 분단국으로서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명백히 천명하고 있다.그렇다면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한국의 보호를 기대하고 생명을 내걸고 탈출한 북한주민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는가.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연히 북한이나 중국을 자극하라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법적으로 명백한 책임을 외면하면서까지 이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해야 하는가. 더구나 중국은 1951년 협약의 당사자이다.러시아는 당사자가 아니라도 그 내용이 이미 관습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우리는 어찌된 셈인지 1백개 가까운 국가들이 가입한 1951년 협약에도 가입하고 있지 않다.

또한 문제해결 방법도 좀 더 적극적이고 떳떳하게 하는 것이 좋다.다시말해서 당당하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하여 이들의 보호와 한국으로 망명에 대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필요한 한도에서 유엔피난민관리청의 협조를 받고 국제여론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유엔피난민관리청은 갈데없는 피난민들에게 기본적 보호를 주선하여 주는 기관이다.한국의 보호를 기대하고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은 갈데없는 피난민들은 아니며 한국은 이들을 보호할 법적 권리와 의무가 있다.

우리 정부는 국제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국제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좀더 당당하게 처신하여야 할 것이다.<고려대교수·국제법>
1994-04-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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