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청산/이연복(기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청산/이연복(기고)

이정복 기자 기자
입력 1994-04-13 00:00
수정 199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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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립 75주년 아침에

4월13일 오늘은 이역만리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정)가 수립 선포된지 75주년이 되는 날이다.1919년4월10일과 11일 프랑스 조계 김신부로 22호에서 29명의 의원으로 임시의정원을 구성,국호·연호및 관제를 의결해 국무원을 선거함과 함께 임시헌장을 선포함으로써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출범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이는 4월13일 내외에 선포되었다.

임정은 말할 나위없이 3·1운동의 한 결정체였다.독립을 선언한 이상 정부의 수립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무렵 무려 8개곳에서 임정이 수립 선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실제로 활동한 정부는 한성정부,노영정부,상해정부였으며 이 정부들은 1919년9월15일 ①임정의 위치를 상해로 ②법통은 한성정부의 법통을 계승 ③노령정부는 해소된다는 선에서 통합되었다.이는 헌법개정으로(1차) 이루어졌다.그리고 2차 개헌(1925년)에서는 국무령제(의원내각제)를,3차 개헌(1927년)에서는 국무위원제(집단지도제)를,4차 개헌(1940년)에서는 주석제를,그리고 5차 개헌(1944년)에서는 주석·부주석제를 채택함으로써 모든 당파의 임정으로의 합류와 정치적 상황에 대처해 나가면서 법통을 유지해 왔다.그 사이 임정은 연통제와 교통국의 설치,외교활동,군사활동 등 외로운 항쟁을 지속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임정도 정부조직으로 환국하지 못했다.개인자격으로 귀국했지만 제2의 독립운동이랄 신탁통치 반대운동에 앞장 설 수밖에 없었다.그후 임정의 법통은 비상국민회의→국민회의(대한국민회)→대한민국에 계승된 것이다.

1948년 제헌 헌법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부를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 국가로 재건함에…」라고 하여 (현)대한민국은 임정을 재건한 것이라 하였으며,5·16헌법 전문에서는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유신헌법에서도 같이 표현),그리고 5공화국 헌법 전문에도 「유구한 민족사…3·1운동의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하였으며,6공화국 헌법 전문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하여 제1공화국과 함께 임정의 법통을 명시한 것이 특이하다 하겠다.즉 모든 헌법전문에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 하였다.정권의 정당성을 논의할 때 그 정통성이란 무엇인가? 이는 전근대사회에서는 혈연적인 의미를 내포한 「바른계통」 「정당한 혈통」을 뜻하는 적장의 계통을 가리켰다.그런데 근대 이후 대중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대중의 지지를 근거로 한 것인가에 따라 그 정통성 여부가 가려지게 마련이다.임정의 법통이란 정통성에 다름아니라고 할 수 있다.역대정권이 과연 얼마나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임정의 법통을 계승하였는지 의문이다.그 계승한 자취를 체계적으로 밝혀내고 더욱 소중하게 이어나갈 참된 노력이 부족하거니와 어느 의미에서는 독립운동의 전통이 도시 희미하고 그것이 여러가지로 문제시되지 않은데에 여전한 민족적 고난의 씨앗이 깃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근 다행히 중국과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상해의 마지막 임정청사 「마당로4호」가 복원되고 1990년부터는 임정수립기념식이 정부주관으로 행해질 뿐아니라 1993년 이래 임정요인들의 유해가 국립묘지에이장되고 있다.또 멀지 않아 중경의 임정청사가 복원된다고 하니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이런 일들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우리 역사상 최초로 민주공화국이 선포된 김신부로 22호도 정확한 고증을 받아 보존할 가치가 있다.이런 유사한 유적지를 상당수 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보다 더 급한 것은 임정의 법통을 계승한 정부라면 임정주석 김구의 암살 경위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청산하지 못한 역사부터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서울교대 교수>
1994-04-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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