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유감/진형준(굄돌)

교육개혁 유감/진형준(굄돌)

진형준 기자 기자
입력 1994-04-10 00:00
수정 199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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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겠다.덩그러니 한 구석에 볼품 없는 건물 하나 세워놓고 황량한 운동장을 마련해 놓은 채 학교 간판만 달아놓은 신도시의 학교들에서 이 시대가 교육에 대하여 품고 있는 속마음을 나는 읽었던 것인데,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아주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그 열의가 지나쳐 본래의 교육의 의미와 방향이 실종될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떤 식으로든 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하지만 조금 찬찬히 설펴보자.엄밀한 의미에서 개혁이란 것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제도나 구조를 뒤집어 엎는 것을 말한다.물론 그 뒤엎음은 마치 밭갈이가 그러하듯이 파괴의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행위이다.달리 표현하면 제구실을 한번 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생명력을 상실했거나 굳어버린 땅을 갈아엎어 유연성과 생명력을 부여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의 교육 현실은 그런 개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이제 새로 개간을시작해야 할 척박한 황무지로 여겨진다.전자의 경우라면 제도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예비작업,예컨대 치워야 할 돌은 어디 어디에 놓여 있고 어느 나무는 살리고 어느 나무는 베어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 현장답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그런데 우리의 교육현실에서는 교육개혁의 목소리만 드높을 뿐 차분한 현장점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좀 심하게 말하면 교육개혁의 히트상품만 잇따라 나오는 격이다.

나는 바로 그 큰 목소리가 모두 공염불이 되고 심지어는 거짓말이 된다는데 우리 교육현실의 큰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그 거창한 교육원칙들과 현장간의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신도시에 새로 세워진 그 학교 건물들이다.그 건물들에서 그 거창한 교육 원칙,그 원대한 배려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보였어야 교육담당자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안심하며 차분히 기다릴 수 있지 않겠는가? 설령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홍익대 교수 문학평론가>

1994-04-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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