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담풍」 훈장이 누굴 나무랄까(박갑천칼럼)

「바담풍」 훈장이 누굴 나무랄까(박갑천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4-03-26 00:00
수정 199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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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이 어른 공경하기보다 어려운 것은 어른이 어른노릇 제대로 하는 일이다.어른은 공경 받고 군림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공경 받을수 있는 몸가짐을 어른 쪽에서 먼저 보여 줘야 하기 때문이다.어른이 어른다움으로써 질서는 서는 것이 아니던가.

전통사회에는 혼정신성이 있었다.아침 저녁으로 어버이 문후인사 드리는 것을 이른다.이때 문후인사 받는 어른이 자세를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의관을 갖추고 바르게 앉아 있어야 한다.인사 받기도 귀찮았을 일이다.그러나 세상의 질서는 그렇게 위에서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 순서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 또한 맑아진다는 이치이다.아래는 그러한 위를 보면서 배워나간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을때 한 공자의 대답도 그것이다.­『정치란 바르게 행하는 것입니다(정자정야).당신께서 솔선하여 바르게 나가신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않겠습니까』

그 다음의 대화도 맥락은 같다.계강자가 도둑이 많다면서 대책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선 당신 자신이 탐욕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상을 준다고 해도 도둑질을 않을 것입니다』(논어·안연편)

우리 조상들도 그랬다.어른이 수범할 것을 가훈으로 남기는가 하면 임금에게도 윗물로서의 왕도를 간하면서 스스로도 지행일치를 위해 노력했다.조선 인조때의 상신 충익공 이시백(충익공 이시백)이 보인 어느 날의 처신도 위가 맑아야 함을 강조한 사례중의 하나이다.

그의집 뜰에는 꽃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김사낙양홍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그 꽃을 대궐로 옮겨 심으려는 무리들이 왕명을 받고 들이닥친 것이다.공은 그 꽃나무를 캐어 발기발기 찢어버린다.그러고서 탄식한다.『오늘날 나라의 안위가 조석을 알수 없거늘 주상께서 인재는 구하지 아니하고 꽃이나 탐하다니 웬일인가.나는 꽃으로 아첨하여 나라 망하는 것을 볼수 없으니 가서 내 이뜻을 아뢰어라』(해동속소학)

어른이 어른다운 자세를 못보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사회 전반적인 모습이다.아랫사람들 보기 민망한 행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더구나 2세를 가르치는 교육의 터전에서까지 어른들이 풍기는 독한 구린내는 역겹게 번져난다.어허.혀가 짧아 「바람풍풍」하지 못하고 「바담풍」하는 훈장이 생도들에게 「바람풍」이라 못한다고 나무랄수 있겠는가.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 나무랄 자격을 잃는다.나무랄 사람 없는 사회는 어두워질 밖에 없다.그게 걱정이다.
1994-03-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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