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TV 일본의 우/백문일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고화질TV 일본의 우/백문일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4-02-28 00:00
수정 199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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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일본 우정성은 고화질(HD) TV의 송수신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디지털의 송신속도가 훨씬 빠른 데다 국제적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루만에 이 결정은 번복됐다.지난 90년 아날로그로 HDTV의 실용화를 마친 마당에 당장 디지털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이미 투자한 총 1조엔의 연구비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21세기의 첨단산업인 HDTV 개발에서 선두 주자를 자처하던 일본이 헤매는 중이다.

처음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정한 우리나라는 운이 좋은 편이다.일본보다 10여년이나 늦은 지난 90년 생산기술연구원 주관으로 산학합동 연구체제를 갖췄다.삼성전자,현대전자,대우전자,금성마이크로닉스 등 총 6백6개사가 참여,3년만에 7백72억원으로 HDTV 수상기의 시제품을 내놓았다.

전파 송수신과 영상압축 등 핵심 기술은 아직 개발하지 못했지만 독자개발로는 놀라운 성과이다.앞으로 반도체 기술만 접목시키면 양산체제가 멀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짚고 넘어야 할 점이 있다.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이 왜 이런 우를 범했을까.이유는 자만했던 탓이다.설마 미국이나 유럽이 반도체 시장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는 우월감이 지나쳤다.

게다가 장기적인 안목과 국제정보에도 소홀했다.기술만 믿고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뒤늦게 잘못을 깨달았지만 이미 선두 자리를 빼앗길 판이다.

우리라고 해서 안심할 계제는 아니다.일부 업체는 기술 격차를 내세워 독자 개발을 주장하는 등 3년도 안돼 산학 협동체제가 흔들리고 있다.일본과 미국이 국책산업으로 산학 체제를 강화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개발의 연속성과 집중도도 문제이다.일본은 20여년간,미국과 유럽은 각각 10년 이상 개발에 힘을 쏟았다.우리의 3년은 걸음마일 뿐이다.

첫 단추를 꿸 때는 모른다.그러나 마지막 구멍이 없는 것을 알아차릴 때는 이미 늦었다.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장기 정책을 세워야 한다.
1994-02-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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